당신이 배려한다는 걸 느껴요
아내는 <라이온 킹>의 ‘하쿠나 마타타=모두 잘 될 거예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사는 편입니다. 지금은 비록 경제적으로 힘이 들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요인은 제가 코로나로 인해 이직을 하며 낮은 급여를 1년 넘게 받은 데다가 이사를 하며 무리를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5~6년 후에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허리띠를 더 졸라 매기로 했습니다. 둘 다 직장인이라 불금에는 음주도 즐기고 주말에는 외식을 해서 엥겔지수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저의 치킨 사랑으로 카드값에 치킨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었습니다. 외식을 줄이고 귀찮아도 집 밥을 챙기고 있습니다.
저희 가계 지출의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서로를 위한 것은 좋은 것을 사려고 하고 아끼지 않는데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은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늘 제 옷만 챙기고 본인의 옷을 잘 사지 않습니다. 가방도 주로 메는 것 하나만 매일 하고 다닙니다.
얼마 전 아내의 직장 동료가 남편에게 가방을 선물 받았습니다. 70만 원 대의 가방을 선물받았다고 들었는데 저는 가방이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도 가방을 사도 되는지 제게 물어서 선뜻 사라고 허락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아내는 저렴한 걸로 2~3개 돌려 매야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아내가 말하는 가방의 가격대는 5~10만 원 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왕 사는 거면 좋은 걸로 사라고 했습니다.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브랜드를 사라고는 못하지만 30~40만 원 대의 가방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며칠 동안 고민했습니다. 가방을 두 개 보여주며 색상을 비교해달라고 해서 잘 모르지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택배가 왔다는 문자를 받고 드디어 아내의 가방이 왔나 보다 했습니다. 아내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은행에 잠시 볼 일이 있다고 하여 들렸다가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나서 택배를 푸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방 하나에 저리도 기분이 좋을까 싶습니다. 상자가 두 개 있었는데 가방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은지 작은 상자를 먼저 열었습니다.
그 상자에서 나온 것은 남성용 단지갑이었습니다. 제 카드 지갑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옮겨주었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것은 문구점에서 11,000원인가 주고 산 카드지갑이었습니다. 여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빈폴 지갑도 있었지만 아껴두고 편한 지갑을 쓰고 있던 터라 지갑을 선물 받은 것이 좋진 않았습니다. 쓸데없는 지출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 상한 티를 팍팍 냈습니다. 아내는 눈치를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갑에 돈을 채운 뒤 웃으며 선물로 주었습니다.
“자기야, 그 카드 지갑 사용하는 걸 볼 때마다 좋은 걸 해주지 못해서 신경 쓰였어. 그리고 이 거 비싼 거 아니야. 내 가방 골랐던 거 고민하다가 조금 더 가격 낮은 걸로 바꾸고 대신 지갑 하나 더 고른 거야.”
아내는 선물을 하면서도 지갑을 선물한 이유를 미주알고주알 변명했습니다. 고맙게 받았아야 했는데 아내의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 올라왔습니다.
“오만 원 권으로 하나 넣을까 하다가 수요일마다 토스트 먹을 때 불편할까 봐 만원 권으로 다섯 장 넣었어. 지갑 선물할 때는 돈을 넣어서 선물을 해야 돈이 들어온대. 그리고 내 가방도 여기 있어. 자기 지갑이랑 같은 브랜드로 했지.”
“고마워. 잘 쓸게. 그런데 자기 가방을 먼저 꺼냈어야지. 커플로 한 걸 알았으면 기분이 안 상했을 텐데.. 물어보지도 않고 필요없는 지출을 했다고 생각했지.”
“아, 커플 템인 걸 먼저 알려줬어야 했는데 내가 센스가 부족했네.”
아내에게 받은 지갑에는 그녀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서프라이즈로 하기 위해 내심 좋아할 제 모습을 상상하고 준비했을 텐데 상반되는 반응을 보여서 더욱 미안합니다. 어른이 되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20대 때 아끼지 않고 계획도 없이 있는 대로 사용한 제 자신이 한스럽기도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내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하루를 보냅니다.
하쿠나 마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