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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31. 2022

짧은 일상 탈출

겨울바다

 아내와 저는 쉬는 날에도 집에만 있는 집돌이, 집순이입니다. 아침에 시엘이의 애교로 일어나서 시엘이 아침을 챙겨주고 여유 있게 식탁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고 산책을 한 뒤 집안일, 독서, 게임이 주된 일과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근교에 나가서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추운 걸 싫어하는 아내는 겨울에 산책이나 장 보는 것 외에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아내가 얼마 전부터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이제 인천 시민이라 마음먹으면 바다가 멀진 않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기로 하고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바다에서 조개찜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바로 가기로 하고 다음날  여정을 위해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오이도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지만 해안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말에 렌트를 했습니다. 예전에 갔던 기안 84가 해물라면을 먹었던 식당도 예약했습니다. 다른 맛집들도 있겠지만 가 본 경험이 없어 접해본 곳으로 예약했습니다. 창가 자리를 예약하고 여행을 기대합니다.


 그날 밤, 운전면허증 번호 오류로 확인해달라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얼마 전에 면허증을 분실해서 재발급을 신청하고 평일에 찾아야 해서 아직 찾아오지 못한 것을 간과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하루 전날 예약한 거라 취소하고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식당 예약한 것도 있고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생각나서 카카오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시간보다 조금 일찍 택시가 집 앞으로 와서 편히 이동을 했습니다. 바다를 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내는 펼쳐져있는 바다는 뒤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예약 시간보다 40분 먼저 도착한 터라 기다렸다가 갈까 했으나 아내가 배고프다는 말에 물어나 보자 하고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조금만 기다리면 자리가 나온다는 말에 2층에 있다가 3층으로 안내받았다가 다시 2층으로 안내받았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3층이 좋았지만 더 기다려야 해서 빠른 포기를 하고 2층에 자리 잡았습니다.

<나혼자산다>에서 기안84가 주문했던 해물라면

 조개찜과 해물라면을 주문하고 잠시 바다를 보았습니다. 창가 자리를 예약한 덕분에 바다를 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기도 한 잔 할 거야?”

 “바다도 보이는데 한 잔 하는 것도 좋지. 어차피 운전할 것도 아닌데.”

 “그러게. 면허증 때문에 운전을 안 하는 게 신의 한 수네.”


 아내는 요즘 소주는 써서 잘 안 받고 맥주 마시면 양이 많을 것 같다고 해서 매화수를 주문했는데 너무 달았습니다.  라면 국물도 있으니 소주를 주문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습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도 내려놓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부르다. 다이어트 중인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나온 대로 다 먹었네.”

 “괜찮아. 조개는 살 안 쪄.”

 “라면도 먹었는데.”

 “그래서 알밥은 못 먹게 말렸잖아.”

 “맞아. 그런데 라면은 국물이랑 콩나물이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어.”

 “먹고 조금 걷다가 가면 되지.”


 햇살이 내려 날씨가 좋은 편이었지만 아내는 추운 걸 싫어해서 산책은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은 아쉬워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잠시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올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정기승차권은 거리별이라 오이도에서 집까지도 적용되었습니다. 아내는 다음에 대중교통으로 와도 되겠다며 좋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산책을 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바닷바람에 안에서만 구경을 하고 온지라 제대로 걷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이렇게 바다를 짧은 시간 보고 온 건 처음이야.”

 “나도 그래. 그런데 너무 추웠어. 맛집 탐방하고 온 기분이야.”


 나중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가기로 하고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합니다. 걷다가 문득 이런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에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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