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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01. 2022

아내의 레시피

겉절이 그리고 무수분 보쌈

 어머니께 받은 김치가 맛있게 숙성되었습니다. 저는 김치가 익으면 라면 먹는 것 아니면 손을 잘 되지 않습니다. 김치찌개나 김치볶음을 해야 먹습니다. 신 맛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아내가 갓 담은 김치를 하겠다며 깍두기를 했습니다.


 소금에 절였을 때부터 무가 양념을 흡수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담그고 나서도 양념이랑 무랑 따로 놀았습니다. 무 특유의 맛만 났지만 먹을 수는 있었습니다. 아내는 실패작에 자신도 놀랐는지 무에 바람이 들어 그렇다며 뭇국 끓일 때 넣어야겠다고 합니다.


 “깍두기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무 때문에 실패했지만 겉절이는 알배기 배추를 직접 골라서 맛있게 해 줄게.”

 “음, 자기도 힘든데 사 먹는 게 낫지 않을까?”

 “혼난다. 원래 잘하는데 무 때문에 실패한 거야.”


 시장에 가서 알배기 배추를 직접 골라서 2통이나 사 왔습니다. 버무릴 그릇이 작다며 볼 2개로 나누어서 담갔습니다.


 “자기는 역시 손이 크네. 하나만 하지 그랬어.”

 “하나만 한 거야.”

 “아 그래? 시장에서도 겉절이는 5천 원에 조금 주던데. 양이 꽤 많네.”

 “알배기 배추 한 포기에 2천 원이니까 당연히 직접 해 먹는 게 싸고 양도 많지.”

 <아내의 겉절이 레시피>

1. 알배기 배추를 먹기 좋게 썰어 놓습니다.

2. 배추를 볼에 담고 소금물을 골고루 뿌려 섞어줍니다.

3. 소금에 절이는 동안 양념장을 만듭니다.

4.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각 1작은술

새우젓(국물 없이) 1큰술, 맛술 1큰술, 매실액 1큰술, 멸치액젓 2큰술로 양념장을 만듭니다.

5. 알배기 배추를 물로 헹구고 물기를 빼준 다음 준비해놓은 양념장과 쪽파를 넣고 버무립니다. 아내는 쪽파 대신 대파를 잘라 넣었습니다.


 아내의 겉절이와 함께 먹을 보쌈도 준비했습니다. 보쌈집에서 5년 동안 일하며 숙지하고 있는 레시피도 있지만 무수분 보쌈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저는 삼겹살을 삶는 걸 좋아하지 않아 목살로 준비했습니다.

<무수분 보쌈 레시피>

1. 목살의 핏기를 빼기 위해 물에 담가 놓습니다.

2. 그 사이 양념장을 만듭니다. 된장 2큰술, 마늘 1큰술, 생강 1/2큰술, 미림 1큰술/저도 인터넷 레시피대로 했는데 밥솥에 찌는 거라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줘야 짭짤한 맛이 베어서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김치 없이는 싱겁더라고요.

3. 흐르는 물에 목살을 씻어주고 준비한 양념장에 버무립니다. /고기에 칼집을 낸 다음 숟가락을 바르면서 손이 더 많이 간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 레시피에는 봉지나 락앤락에 놓고 흔들어 주는데 왠지 더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4. 수분을 많이 포함한 사과, 양파, 양배추, 무 등 기호에 맞는 야채를 밥솥 하단에 깔아줍니다. (먹진 않을 거라 기호에 안 맞아도 괜찮습니다.)

5. 그 위에 양념이 베인 고기를 올려놓고 만능찜 기능으로 45분 설정하고 쉬면 됩니다. /블로그에서 본 밥솥이 쿠첸이길래 쿠쿠는 없는 줄 알고 취사 눌렀는데 안 익어서 두 번 취사했더니 알맞게 익었습니다. 여동생에게 이야기하니 본인도 쿠쿠 쓰는데 만능찜 기능이 있다고 하네요.


 위 두 요리에 모두 들어가서 살신성인한 숨은 재료가 있었으니 작년에 대파값이 오르고 파테크가 유행한다며 아내가 심은 대파입니다.


 아내의 겉절이와 함께한 수육입니다. 밥솥으로 하니 육질이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겉절이가 맛있게 잘 버무려져서 함께 먹기에 더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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