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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15. 2022

발렌타인

초콜렛같은 달달한 사랑

 발렌타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렛을 주는 낭만적인 날 중 하나입니다. 발렌타인을 가장 신경썼던 것은 역시 학창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말하지 못하고 생각만 해도 설레고 고백은 하지 못하더라도 초콜렛이나 사탕을 핑계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발렌타인데이 등의 기념일을 흔한 상술이라고도 하지만 고백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연인들에게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게끔 해줍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낭만 세포가 사라지고 현실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날 아내와 산책하다가 역 근처를 거닐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팬시점에 들리자고 해서 별생각 없이 들렸습니다. 아내는 유심히 초콜렛을 보고 있었습니다.

 “자기야, 나가자. 초콜렛 안 줘도 돼.”

 “초콜렛 좋아하잖아. 하나만 살게.”

 “음, 가격 봤어? 초콜렛 사주고 싶으면  마트 가서 사자.”


 아내 손을 잡고 마트에 들려서 초콜렛이 놓인 곳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팬시점보다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ABC초콜렛이 2,400원이야. 회사 앞에서 4,800원 주고 샀는데. 이 거 사주면 되겠네.”

 “아니, 그건 그냥 사줄게. 자기 페레로 로쉐 좋아하니까 이거 하나만 사자.”

 “그럼 ABC초콜렛은 괜찮아. 자기도 사탕 안 먹어서 화이트데이에 아무 것도 안 받잖아.”

 “난 사탕을 안 좋아하니까 그런 거고 자긴 초콜렛을 좋아하잖아.”


 결국 초콜렛을 두 개 사서 나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꽃집을 지나치는데 아내가 말을 합니다.

 “어떤 여자는 꽃 사주면서 고백하고 어떤 여자는 술 사주고 고백하고.”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대? 나쁜 사람이네.”

 “너 말이야. 너.”

 “글쎄 잘 모르겠는데.”


 “예뻐서 예쁘다고 했는데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예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그분은 잘 계신데?”

 “자기 라임이 좋은데. 누구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네.

 “꼭 불리하면 기억 안 나는 척하더라.”

 “어떻게 지금이라도 해바라기 천 송이 사서 줄까.”

 “장난하냐? 카드값은 내가 내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내와 한 직장에 있었기 때문에 저의 연애사를 알고 있는데 꽃을 보고 지나칠 때면 잊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다시피 합니다.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9월인데 해바라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꽃집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해바라기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직 철이 아니라고 해서 예약을 해놓고 해바라기가 나오자마자 한 송이를 사서 선물을 했습니다.


 해바라기는 당신만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산 것이기에 한 송이 선물을 했는데 살짝 억울하지만 직장에서 연애사를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한 잘못이겠죠.


 함께한 지 5년이 되니 연애 초기의 불타오르는 듯한 감정은 아닙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서로에게 의지가 됩니다. 그런데 출근을 하면 잘 도착했는지,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일하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신경이 쓰입니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있을 때 잘할걸’하고 생각하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함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산소 같은 여자하면 “이영애”를 떠올리겠지만 저에게 산소 같은 여자는 제 아내입니다.


 아내가 사 준 초콜렛 하나를 입 안에 넣습니다. 달달함이 입 안에 퍼집니다. 퍼지는 달달함이 기분을 좋게 해 줍니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행복감은 초콜렛을 먹을 때 느껴지는 달달함처럼 좋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렛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나 봅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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