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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09. 2022

그녀의 발걸음

8cm

 발걸음에서도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죠. 저와 아내는 발걸음이 빠른 편입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걸 선호하는 저희는 출근 시간이 여유 있음에도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기 위해 서두릅니다.


 빠른 걸음을 위해 아내는 구두보다 운동화를 선택합니다. 연애 시절에는 10cm 굽을 신고도 잘 다녔는데 요즘은 8cm도 힘들어합니다. 아내 말에 따르면 아침에 출근할 때는 괜찮은데 퇴근할 때면 발이 부어서 걷는 것이 아프다고 합니다.


 편리성을 위해 퇴근할 때 신을 운동화를 챙기면 되지 않겠냐고 권했지만 귀찮다고 합니다. 아내는 봄이 오면서 봄맞이라도 하듯 겨우내 신지 않았던 구두를 신습니다. 보기에 괜찮은지 연신 묻고는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좋아합니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그녀와 만나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출근할 때는 몰랐는데 퇴근하면서 함께 걸으면서 보니 아내의 발걸음이 불편해 보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발걸음을 늦추었습니다.


 “발이 불편한 것 같은데 괜찮아?”

 “알면 조금 천천히 는 건 어때? 평소처럼 걸으니 내가 발도 아픈데 총총 걷는 게  느껴져?”

 “보폭을 작게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거의 옆으로 걷고 있어.”

 “에이 거짓말. 지금 느려졌는데 이제 걸을만하네.”

 “어떻게 지금이라도 신발 나랑 바꿔 신을래?”

 “됐거든. 그럼 내 구두 다 망가지거든.”


 발걸음을 맞추다 보니 평소 20분이면 걷는 거리를 30분 넘게 걸은 것 같습니다. 지하철을 환승해서 오는 게 더 빨랐지만 아내는 퇴근 때만이라도 걸어서 오는 걸 선호합니다.


 저는 남자라서 그런지 외적인 부분보다 실용성을 우선시해서 구두를 신는 심리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예쁜 구두를 신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오늘도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어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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