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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19. 2022

일로 만난 사이

알면 알수록 마음이 갑니다.

 스쳐가는 많은 인연 중에 일하면서 만나는 인연들이 가장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집에서의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외식업에서 일할 때는 서로 이야기하는 일도 많아서 , 오빠, 동생으로 친하게 지냈던 적이 많습니다. 상담업무를 하게 되면서 일적인 부분 외에 서로 이야기를  일이 적었습니다. 출근을 일찍 하는 편이지만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준비하느라 같은 팀의 상담사들과도 사담을 나눌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퇴근 친구인 P누나와 퇴근길에 업무적인 이야기도 하고 사담도 합니다.


 코로나가 해제되진 않았지만 일상으로의 전환의 일환인지 전체 체육대회 대신 조별로 체육대회를 하도록 지원이 나왔습니다. 팀장별로 종목과 회식할 곳을 알려주고 상담원들이 정하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팀장 이름을 알게 되면 팀장에 따라 나누어질 수 있으니 팀장은 블라인드로 한다고 한 후 교육팀장이 인원을 취합했습니다.


 저는 거리공원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생고기 무한리필을 가겠다고 코스를 정했는데 직장인들의 심리를 놓친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상담사가 회사 바로 앞의 교촌 치킨 회식을 선호한 것입니다. 가볍게 먹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배드민턴을 하고 생고기 무한리필을 가겠다고 했으니 지원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의지와 달리 교촌 치킨을 신청했던 인원 일부와 함께 18일에 회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당일에 인원에 대해 알려주어서 해당 인원들과 일정 조율을 했습니다. 회식 팀원 중에 일부는 당황스러워하며 어렵다고 하여 다른 날짜로 변경해주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치킨집에 들러서 메뉴 주문을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7명의 인원이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서로 얼굴도 모르던 인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신입 2명, 기술팀 1명, 1팀 1명, SO팀 1명, 검증팀 1명 구성부터 삭막했습니다. 저도 신입 1명은 메신저로 질의/응답만 했던 터입니다.  연결고리가 없던 터라 우선 자기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술이 분위기를 좋게 해 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도 7명 중 3명뿐이었습니다. 표면적인 회사 이야기만 하며 치킨만 먹을 뿐이었습니다. 팀장으로서 무언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지만 꼰대 같은 생각인 것 같아 1차에서 마무리하고 가면 되겠다고 짐작을 했습니다.


 신입 2명은 먼저 일어났고 U형도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대로 파하기 아쉬웠던 S님이 먹태에 맥주 한 잔만 더 하자고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바로 L님이 먹태는 아래쪽에 있는 다른 치킨집이 더 맛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C군이 순발력 있게 바로 메뉴 취소 요청 및 따르고 있던 1700cc를 500cc로 변경해달라고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바로 취소를 해서 왠지 진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기에 2차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1차는 배달이 많은 건지 우리 외엔 없었는데 2차는 만석이라 노상에 테이블을 피고 한 잔을 할 것 같았습니다. 노상에서 먹는 것은 오랜만이라 느낌이 다르겠다며 다 같이 손가락을 모으고 찍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내부로 이동을 했습니다. 2차에서는 먹태랑 골뱅이 소면과 함께 소주를 주문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처음처럼”에서 나왔다는 “새로”를 주문했습니다. 소주가 가게에서 5천 원이 된 후 밖에서는 소주를 안 먹겠다고 했었는데 디자인이 예뻐서 다른 술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PPL 아니고 회사돈회사산입니다. 회식 자리에 참여해있던 C군이 해당 회사의 주식을 샀다며 주주로서 추천한 술입니다. C군은 술집에 가면 일부러 새로를 찾고 지인들에게도 추천한다고 합니다.


 업무적인 이야기도 하고 약간은 사적인 이야기도 하며 친숙해졌습니다. 역시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면 술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차의 서먹했던 자리와 달리 2차는 일어나기 아쉬웠습니다. 회사에서도 코로나로 단체 행사가 근 3년 동안 없던 차였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2차를 아쉬워하며 파했습니다. 사실 이 자리의 진정한 승자는 다음 날이 연차인 저였습니다. 일부러 연차 전날로 회식을 정한 것은 아닙니다. 제비뽑기로 25일이 회식 날로 정해졌는데 영화+맛집을 선택했던 2 팀장에게 문화의 날인 25일을 양보하고 보니 연차 전날이었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졌더니 좋은 결과가 온 거라 할 수 있습니다.


 S님이 1년 넘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11월에 본다고 했습니다. 11월 시험이 끝나고 축하주 또는 위로주를 마시자고 했고 그 자리에 있던 멤버들은 모두 동의했습니다. 다음 만남은 조개탕 집에서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하기로 했고 회사에서 봐도 꼭 아는 척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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