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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05. 2022

집사 일지 (48)

뜻하지 않은 사재기

 시엘이의 건강검진 시, 수치상 신부전증 진행이 의심되어 “얼리 레날” 사료를 제공하도록 진단받았습니다.

먹는 것에 까탈스러운 시엘이지만 다행히 입맛에 맞는지 잘 먹습니다.


 건식 사료와 습식 파우치를 구매했는데 건식보다 습식을 선호하는 시엘이는 건식 소량과 습식 1팩만을 먹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공하던 츄르와 다른 간식들도 모두 줄였습니다.

그동안 까탈스러운 시엘이의 입맛을 달래던 녀석들은 이제 이별입니다. 래도 새벽이면 허기를  참고 오는 시엘이에게 아내는 하루 채워야 하는 영양소가 담긴 츄르를 줍니다. 그리고 제가 아침, 저녁으로 츄르 하나씩을 주니 시엘이가 왠지 날씬해지는  같습니다.


 건식은 워낙 소량을 먹어서 괜찮은데 파우치는 매일 하나씩 먹으니 두 박스를 구매했는데 부족했습니다. 한 박스에 12개 들어있도 두 박스면 한 달을 보내지 못합니다. 파우치는 현재 개당 2,300원입니다. 한 달 습식 비용만 69,000원이 고정 비용이 되었습니다.


 혹시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려나 하고 알아보았으나 가장 저렴한 것이 개당 2,750원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할까 하고 아내와 펫 마트와 동물 병원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얼리 레날” , 신부전증 예방 사료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부전증 사료는 판매하는 걸 보았습니다. 보통 신부전증은 신장의 30% 기능만 남았을 때 증상이 나온다고 하니 예방이나 초기 사료의 수요가 적은 모양이었습니다.


시엘이가 다니는 동물 병원에도 배정되는 양이 적어 한정 수량으로만 들어와서 2박스를 구매했던 터라 이제는 가격이 얼마라고 불러도 구매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시엘이 습식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하고 있을 때 두 박스 들어왔다고 연락이 와서 구매를 했습니다. 병원에서도 11월 10일 이후 10% 정도 오를 예정이라 물량 구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1월 말쯤 가격이 오르고 난 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 추가 구매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심지어 4박스나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산 양과 합치면 12월까지 먹을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얼리 레날”은 건식으로만 구매해서 병원에 배정된 양을 모두 사 올 수 있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물을 더 마실 수 있도록 물에도 츄르를 타고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츄르의 양은 정해진 시간에만 주고 있습니다. 처음에 아내가 뚱냥이가 되는 것 때문에 몸매 관리를 위해 조절하려다가 먹는 것이 낙인 시엘이에게 못할 짓이라며 달라는대로 주다가 건강에 황신호가 들어오니 애교를 부려도 스킨십만 해주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려진 듯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사진은 어둠과 빛 때문에 조금 일그러져서 찍혔지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집냥이 었습니다. 예쁨을 받다가 나이가 들어서 비용이 발생하니 버려진 것이라고 짐작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곳은 인가가 아닌 차도의 트럭 밑이었습니다. 사람을 보고 피하지도 않았지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와 오고 가는 차의 소음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라 짐작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구조를 받았는지 어디론가 자리를 옮긴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눈에 밟혔지만 시엘이도 있고 동정심만으로 데려올 순 없었습니다. 반려인이 많아지고 있는데 조금 더 책임감 있게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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