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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19. 2023

병원이 가기 싫어

약국을 갔습니다.

 1월 중순 갑자기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심한 기침으로 목소리도 쉬었습니다. 병원에 가는 길에도 내심 차라리 코로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도 으슬으슬 춥고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았고 단지 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검사 결과 코로나가 아닌 단순 목감기였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감기도 잘 안 걸려서 그런지 한 번 걸릴 때 심하게 아픈 편입니다. 아프다고 결석이나 결근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코로나면 공식적인 사유로 쉴 수 있으니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팀원들도 대부분 걸렸었고, 심지어 아내도 걸렸었는데 저만 안 걸린다는 건 확률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미 걸렸는데 인지를 못하고 지나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목감기로 약처방을 받고 며칠 지나니 괜찮아졌습니다. 두 번째 병원 방문을 괜찮아진 것 같아서 건너뛰었습니다. 그런데 목에 얇은 투명한 막을 씌운 느낌이 들며 목이 불편하고 계속 가래가 끓었고 기침이 났습니다.


 직업이 상담사라 말을 계속하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며 며칠 있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위에서도 한 달 넘게 기침을 하니 걱정을 했습니다. 기침을 계속하면 폐에도 안 좋으니 병원에 가는 걸 추천했습니다.


 평소에 괜찮다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연신 재채기를 하니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는 민망할 때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병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곧 낫겠지 하고 미루다가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기관지염 증상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퇴근하면서 약국에 들렀습니다. 다행히 기관지염 약은 처방 없이도 살 수 있었습니다. 약을 먹고 이틀 만에 가래가 안 생기고 기침이 멎었습니다. 진작 약국이라도 가서 약을 챙겨 먹을 걸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걸 포기하고 지켜보던 아내는 병원 안 가겠다고 떼쓰는 다 큰 아들(?!) 때문에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꼭 초기에 병원을 가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예전에 기침을 심하게 해서 갈비뼈에 금이 가서 한동안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제가 기침하는 걸 보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며 곧 나을 거라고 하니 강요를 할 수 없었던 것이죠. 약국에서 약을 처방을 받는다고 할 때도 인터넷 검색하고 의사 다 되셨다며 기를 찼습니다. 그렇게까지 병원을 안 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초기에 병원에 가서 병을 키우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내의 발목 때문에 정형외과는 가도 본인의 이비인후과는 가지 않고 버티다가 약빨 본 어리석은 자의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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