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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15. 2023

자나 깨나 불조심

기우라도 조심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면 아내는 전기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안 끈 건 아닌지 걱정하곤 합니다. 시엘이와 함께 산 이후로는 전기레인지에 커버를 씌웠는지 안 씌웠는지 걱정을 합니다. 혹여나 전기레인지 위에 올라가서 전원을 켜서 다치거나 불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합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일어나다니?!


 전 걱정도 만들어서 한다며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아내는 늘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화재보험에도 미리 가입을 해놓았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주위에서도 불이 나는 걸 본 적도 없다고 안심시켰지만, 미래에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는 거라고 아내는 말했습니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내가 보험 덕에 안심을 한다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험을 가입한 지도 오래라 잊고 지냈습니다. 마트에 지나다가 화재보험 가입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말했습니다.

 “자기야, 우리 이사하면서 목적물 변경했지?”

 “응, 자기랑 같이 있을 때 했잖아. 바쁜 와중에도 챙겨서 했는걸.”


 아내는 바로 보험사로 연락을 합니다. 상담을 받던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우편 수령 주소지는 변경이 되었는데 목적물이 변경되지 않아 이전 주소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주택에서 오피스텔로 변경되어 고객센터에서는 못하고 처리부서로 전달했는데 누락되었다는 것입니다.


 “목적물 변경 신청 이력은 확인되는데 보험사에서 누락한 거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보장이 되나요?”

 “당사의 과실로 인한 거라 보장이 됩니다.”

 “알아보고 말씀하셔야 돼요. 확인도 하지 않고 말씀하시다가 보장 안되면 민원 제기할 거예요. 그리고 당장 목적물 변경해 주세요. “

 ”즉시 조치는 어려워 내용은 확인 후에 담당자 통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결국 담당자에게 연락이 와서 목적물을 변경받았고, 목적물에 대한 보상으로 보험사 과실로 누락된 것이어도 화재가 발생하면 보상에서 제외된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럼 그동안 입금한 보험료가 의미가 없다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습니다. 담당자가 불이 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냐며 아내를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로 인해 더 화가 나서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 보험인데 불이 안 나서 다행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했습니다. 결국 담당자는 사과하며 자신이 보상할 수 있는 선은 5 만원이라고 자신의 보상 권한을 이야기했습니다

 

 보험료는 환급률이 낮아서 이사 후에 이전 주소지로 입금한 보험료는 32만 원이고 해지하더라도 돌려받는 것은 미미합니다. 헛되이 입금한 보험료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목적물도 변경했고 사과도 받았기에 5만 원 선에서 합의했습니다.


 주말에 확인한 거라 월요일에 목적물 변경 하기 전까지 아내는 불안해하며 전기레인지는 껐는지 커버는 씌웠는지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전기레인지에는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고 커버도 씌우고 보험도 드는 아내를 보면 참 꼼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에서도 화재로 고생하는 뉴스를 보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회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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