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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09. 2023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권리 주장은 나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고객센터에서 업무를 하며, 가장 힘든 일은 민원 관리입니다. 상담원일 때는 랜덤으로 인입되었던 민원만 접했었는데 팀장이 되고 나선 팀원들에게 인입된 민원들을 접하게 되니 매일 민원을 접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민원들이 있는데,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큰 민원임에도 예의 있게 대해 주시는 분이 있고, 작은 민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퇴사를 생각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남의 돈 벌기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느낌입니다.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별의별 말들을 들어봅니다. 마음이 여린 상담사들은 울기도 하고 결국 퇴사를 하기도 합니다.


 대기 멘트에 “상담원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라고 고객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사실 그걸 몰라서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타인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는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안내 멘트로 비아냥 거리는 분조차 있습니다. 너희가 잘했으면 내가 이렇게 하겠냐?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을 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요즘은 욕이나 인격적인 모욕 발언은 선 종료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3회 양해 후 종료해야 하지만 과거에는 고객보다 먼저 종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화 예절 상 아랫사람이 윗사람보다 먼저 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란 단어 자체가 ”높을 고에 손님 객“으로 상담원보다 높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상담원 중에 감정적으로 폭발해서 고객과 다투는 경우도 있고 상급자 요청으로 이어집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듣고 다시 상담을 이어가는데 내용이 정말 경악할 수준이었습니다.


 최초 고객이 연락했던 이유는 AS가 늦는 것으로 인한 불만이었습니다. 상담사도 처음에는 사과를 하고 빠른 방문을 약속했으나, 고객은 전화를 끊지 않고 현장 담당자의 연락처를 요청했습니다.  상담사도 전산으로 전달하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로 연락처를 줄 수 없다고 안내를 합니다. 고객은 너희는 내 정보를 모두 수집했는데 왜 나는 너희 정보를 얻을 수 없냐며 항의하시다가 상담원의 응대태도로 문제 시 합니다.


 상담원과 고객은 서로 언쟁을 하기 시작하다가 고객이 분에 겨워 부모에게 그렇게 배웠냐고 모욕적인 말을 하고 상담원도 그 말에 정신줄을 놓았는지 어머니가 없이 자란 것에 보태준 것 있냐고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고객도 상담사의 격앙된 반응에 당황스러웠는지 상급자 요청을 있던 것이었습니다.


 우선 현장에 연락해서 빠른 방문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고객에게 연락드려서 처리한 내용에 대해 안내드리고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사과를 드립니다. 고객도 원하는 결과 및 상급자의 사과에 누그러지셨는지 상담원에게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합니다.


 고객센터는 창구 역할로 고객의 불만이 상담사를 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여러 감정들이 충돌하고 언어적인 표현 하나로도 친절과 불친절이 나누어집니다. 상담이야 말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잘하시는 분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것에 대한 부분은 해당 회사의 일원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매뉴얼에 따라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진행합니다.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도 인지상정이라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불편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의 일인 것처럼 처리하려고 것을 알고 이해를 합니다.


 극히 일부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수의 블랙컨슈머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면 퇴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에너지 뱀파이어를 만난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다 빼앗기고 다음 상담마저 어렵게 합니다. 심지어 상담사 하고는 통화도 하기 싫다며, 전담 비서로 만들기도 합니다.


 저의 에너지 뱀파이어 중에 한 명은 한 번 통화를 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었습니다. 요청하는 것도 없고 원하는 것 중에 제가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와의 상담은 6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상담사 중에 제가 제일 친절하다며 오래 다니길 바라주었습니다. 옆에서 듣던 동료는 상담 치료하는 줄 알았다고

그렇게 잘 들어주니 계속 찾는거라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저에게 이야기했고, 할 수 있는 것은 처리하고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그는 올해 3월 말 타사로 전환했는데 앓던 이를 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민원으로 너무 시달려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로또를 사기로 했습니다. 미신을 믿진 않지만 부적 같은 것입니다. 로또가 되면 좋겠지만 5등도 잘 안 되는 터라 로또가 안된 대신에 내 불운이 어느 정도 상쇄되었을 거라는 작은 마음입니다. 그래도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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