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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y 05. 2023

하필 재입대 꿈을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던데

 아내가 TV를 보다가 물었습니다.

 “자기야, 사후에 환생을 하면 그때도 나랑 만날 거야?”

 “당연하지. 자기밖에 없는 거 알잖아. “

 “그럼 그때는 내가 남자로 태어날게. 자기가 여자로 태어나.”

 “음…그때도 내가 남자로 태어날 건데.”

 “이번 생은 내가 여자니, 다음 생은 내가 남자로 태어나는데 공평한 거 아니야?”

 “서로 합의가 되면 되는 거지. 난 시계나 액세서리 하는 것도 불편하고, 매일 화장도 안 할 거고, 옷도 대충 입을 텐데. 괜찮겠어? “

 “그냥 내가 여자로 태어날게.”

 “맞지? 그리고 군대 안 가는 나라에서 태어날 거야.”

 “난 한국에서 태어날 건데 그럼 못 만나는 거 아니야?”

 “외국에서 태어나도 우린 다시 만날 거야. 내가 한국으로 자기를 만나러 올 테니까.”

 

 아내의 질문 하나로 환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내는 낭만적인 대답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대화의 흐름은 이미 포인트를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한국의 남자로 태어나면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의무를 갖게 됩니다. 애국심으로 군대를 가는 남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확신을 합니다. 소명을 가지고 직업으로 삼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군대에 가기 싫었지만 빨리 다녀오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21살 1월에 입대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직급이 높아짐에 따라 적응도 했고 군생활은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재입대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습니다. 한 번 해봤다고 내성이 생기거나 숙련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첫 외박에서 어머니께서 아침 먹으라고 깨웠을 때, 관등성명을 <선임이 부르면 직급과 함께 이름을 배에 힘을 주어 부릅니다.> 대고, 재빠르게 일어났을 때 어머니께서 고생한다고 눈시울을 적시었습니다.

 당시 메모를 보니,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해야 할 일, 살 것을 적어놓았습니다. 시간 및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으니, 오히려 원하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외박에 나갈 때마다 메모를 참고해서 원하는 것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했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며칠 전 재입대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군대 선임들이 저를 반기며 오랜만이라고 하고, 후임들과 함께 내무실이 꽉 찬 상태였습니다. 보통 꿈을 안 꾸는데, 갑자기 이렇게 생생한 꿈이라니.. 눈을 뜨자마자 아내를 꼭 안았습니다. 아내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고, 저는 단지 악몽을 꾸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민방위 교육을 하라는 문자를 보고 자서 그런 건지 군대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무의식이 재입대로 반영되었나 봅니다. 재입대는 꿈에서라도 싫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군대에 가고 싶진 않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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