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퇴사할지도 모르는데 쓸데없는 생각하기
저는 고객센터 상담사입니다. 하루 종일 전화를 받거나 하는 것이 업무입니다. 사실 이 업무를 하기 전만 해도 전화받거나 하는 것이 뭐가 힘들겠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담사를 하기 전에는 10년 동안 외식업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초기만 해도 업무 특성상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에 가만히 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움직였습니다.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어서 늘 인력난으로 사람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 중에 한두 시간 하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관리자로 아르바이트 채용을 할 때는 면접자 중에 이력에 고객센터 상담사는 힘든 업무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채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입견으로 가득했던 고객센터 상담사를 지금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고객센터 상담사를 먼저 하고 있었고, 다른 직업군보다 친숙했고, 이직을 해야 했던 저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중병보다 자신의 고뿔이 중한 법이라더니, 직접 업무에 종사하게 되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기피 업종 중에 하나입니다. 늘 사람을 구하고 있고, 쉽게 그만둡니다.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급여와 업무 스트레스입니다.
앉아서 대본만 읽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대본에 없는 것도 많습니다. (우리는 대본을 스크립트라고 합니다.) 제 컴퓨터에도 공지 사항이나 업무 지식 등이 제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참고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숙지한 상태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수가 많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정보들이 업데이트되고, 늘 새로운 것을 외우고, 공부를 하게 됩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오안내를 하게 되기 때문에 출근을 하면, 공지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영업시간이 되면 바로 업무에 치이기 시작합니다. 업무 특성상 밝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해야 합니다.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고객 불만을 해소하고,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고객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 가장 힘이 드는 것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입니다.
고객센터에 고객들이 전화를 할 때는 정보 문의나, 단순 요청 건이 대부분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연락도 있습니다. 상담사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만, 고객은 문제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쏟아냅니다. 그러한 감정을 상대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며, 퇴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고객 민원을 겪고 퇴사한 상담사들도 많습니다.
저희 센터 기준으로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데 오래 일한 상담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오래 일한 상담사들 대부분 정년을 앞두고 있는 연령대가 높은
주부 사원들입니다. 80% 이상이 신입이고, 신입의 대부분은 연령이 높고, 여성 비율이 높습니다. 신입이 많다 보니 업무 숙련도가 낮아 휴먼 에러도 많고, 감정 응대가 서툴러 불친절로 민원이 되기도 합니다.
높은 이직률과 휴먼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센터 들은 Ai기술을(인공지능)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래에 사라질 직업 중 고객센터 상담사가 많이 언급됩니다. Ai기술의 발달로 챗봇이나 채팅상담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챗봇도 잘 되어 있고 음성 Ai도 사람처럼 자연스워 고객센터 상담사가 없어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감정 Ai를 생각하면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감정 Ai는 음성만으로 상대의 감정을 캐치하는 것은 아직 60%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얼굴 인식을 통해 적합도를 90%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고객센터는 아직 영상 통화가 아닌 음성 통화입니다.
영상 통화로 고객상담이 이루어질 때면, 고객센터 상담사라는 직업도 Ai가 대체하겠지만 지금보다 높은 기술력과 상담사 월급보다는 낮은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하니 아직은 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장래에 사라질 직업 중 하나인 고객센터 상담사를 유지시켜 주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객 민원입니다. 단순 정보 안내의 도구라면 이미 대체되었겠지만, 고객의 감성적인 부분을 최일선에서 케어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퇴사를 생각하는 월급쟁이가 제 직업 없어질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당장 사라질 직업도 아니고, 없어지면 또 다른 직업으로 이직해서 하면 되는데 말이죠. 제 직업이 없어지는 것보다는 제 퇴사가 빠를 겁니다.
SKT Ai ‘누구’에게 거는 말 중 45%가 감성적인 대화라고 합니다.
-출처 조선 일보 2017. 5. 김은정 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