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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26. 2024

회식 피하는 팀장

그동안의 업무를 돌아보며

 팀톡방에 S군이 함께 저녁 먹자고 글을 올렸습니다. 며칠 전에도 K군이 팀원들과 함께 송별회를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마음 써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3월 1일부터 팀장인 저의 보직이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밥이나 한 끼 먹자는 것입니다.

 

 며칠 전 K군의 제안에도 일정이 안 맞아서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했습니다. K군과는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업무를 마치고 함께 퇴근을 하곤 했습니다.

 “팀장님, 이제 자리도 이동하시던데, 송별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월 말에 한 거 아니에요?”

 “그때는 K양이 없었잖아요. 전원 다 모여야죠.”

 “K양은 회식 안 좋아해요. 퇴근하면 버스 타야 한다고 바로 뛰어 나가기 바쁜데요.”

 “팀장님 송별회라고 하면, K양도 참석할 겁니다. 2월에는 번개라 미리 이야기를 못해서 칼퇴한 거예요.”

 “괜찮아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팀인걸요.”

 

 TV에서 회사의 팀장들은 회식을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저는 회식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퇴근하고, 아내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30대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직을 하고, 시간이 흐르니 그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연락조차 소원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일로 만난 사이는 업무 외의 시간을 함께 보내도 직장을 떠나면 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3월 1일부터 보직이 변경되었습니다. 공동의 사무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만, 책임 소재가 변경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2년 동안 맡았던 기술팀장에서 다른 보직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다만 팀장 중 1명이 그만두며, 공석이 생겨서 부재 기간 동안 기술팀을 맡으며, 새로운 팀의 업무를 익혀야 해서 자리 이동을 5월에 하게 되었습니다.


 5월에 새로운 기술팀장이 배정되고, 자리 이동을 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저녁을 먹자고 이야기해 준 것입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직을 하거나 전배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2년 전 처음 기술팀 배정받을 때가 생각납니다.


 처음 기술팀에 들어갔을 때는 다들 연장 때문에 힘들어하고, 일반 상담사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8시면 퇴근하는 일반 상담사들과 달리 기술상담사들은 20시까지 2시간씩 연장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또한 늦게 전화해서 욕을 먹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초과 근무로 인한 연장 시간은 챙겨주지만, 워라밸을 중요시했고, 자신의 감정이 상하면서까지 업무 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돼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원들과 남아서 함께 업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팀장들은 팀장은 초과근무를 해도 연장 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정하고, 퇴근했었습니다. 그래서 연장 근무로 인한 팀원들의 불만이 쌓였었습니다. 저는 그런 팀원들의 불만부터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남아서 업무를 하고, 팀원들이 어려워 하던 민원성 통화 및 상급자 통화 건을 바로 대응했습니다. 팀원들의 불만이 해소되고, 어려운 일을 함께 하니 팀 분위기도 좋아졌습니다. 고맙다며, 음료수나 초코렛을 챙겨주는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기술팀의 막내로 시작해서, 팀원들에게 배우며 업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의 평균 근속 기간이 길진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며 기존 팀원들도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팀원들도 받았고, 새로운 팀원을 직접 교육하고 모르는 것은 바로바로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맡기 전까지 기술 팀 정원은 5명으로 배정되었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해서 4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퇴사한 후에야 충원을 해서 신입 교육을 하니 그 기간 동안 남은 사람들이 업무 과부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퇴사 예정을 알게 되면, 선 보고 후 신입을 바로 받아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연장 업무도 함께하고, 업무적으로 어려워할 때 지원을 하니 근속 기간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도 못 버티고, 퇴사했던 팀원들도 어느덧 1년이 넘는 팀원이 과반수 이상이 되었습니다. 잦은 연장으로 시달리던 기술팀도 차츰 칼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찍 끝나는 날이면 가끔씩 몇몇이 함께 저녁을 먹곤 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팀원들이지만, 어딜 가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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