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고 울컥,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울컥
지난달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닭가슴살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저녁이면 아내와 함께 하던 가벼운 한 잔의 술과 야식들도 모두 잠시 멈추었습니다.
아내는 점심을 도시락을 준비해서 가는데, 반찬 만들어도 제가 못 먹는다며 요즘 대충 때우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는 제 닭가슴살 괜찮다며 점심 먹는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햇반 위 닭가슴살, 김, 깍뚜기 정말 한 끼 대충 때우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카톡으로 온 사진을 보고 살짝 멍해졌습니다. 요즘 레토르나 반찬 가게 반찬들도 소량으로 다양하게 파는 곳도 많은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아내는 주말이면, 다이어트로 인해 제 몸이 축날까 봐 고기를 구워주거나, 김밥을 만들어 주는 등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선 평일에 자신은 저렇게 대충 챙겨 먹고, 있을 줄이야.
“자기야, 반찬이 너무 부실한 거 아니야?”
“괜찮아. 닭가슴살도 맛있고, 난 원래 김치랑 김만 있어도 밥 먹는걸. “
“아침도 출근하느라 안 챙겨 먹고, 요즘은 저녁도 혼자 먹기 싫다고 안 먹잖아. 점심이라도 든든히 먹지. “
“밖에서 사 먹는 것도 질리고, 반찬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 먹을게.”
아내가 괜찮다는데, 더 이야기하면 잔소리처럼 느껴질까 봐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주말에 장을 볼 때 아내가 가볍게 챙겨갈 수 있는 걸 준비해야겠습니다.
18시가 되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오후 근무 인원만 남았습니다. 물을 마시러 휴게실에 들어갔는데 J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J님은 오후 근무도 아닌데, 퇴근을 안 하고 식사를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친한 것도 아니고, 식사 중에 말을 건네면 민망해할까 봐 모르는 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J님도 햇반에 열무김치, 김이랑 대충 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문득 아내가 생각이 나서 짠한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
“식사 맛있게 드세요. 퇴근하셨는데,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드시지.”
“아, 대충 때우는 거라. 이거 먹고 일하러 가야 돼요.”
“투 잡하시는구나. 지금부터 근무하면 몇 시에 끝나는데요?”
“새벽 두 시에 끝나서 집에 가면 세 시쯤 돼요.”
“네? 무슨 일 하시는데요?”
“아, 쿠X 다녀요.”
“쿠X 힘든데, 내일 연차라 신청하신 거예요?”
“아니요. 매일 신청하고 있어요. 그리고 할만해요. “
“아이코, 그럼 잠은 대체 언제 자요?”
“잠은 두 시간 자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
“건강 관리 잘하세요.”
“네”
괜히 혼자 식사하는 사람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닌지 하는 생각과 나라면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 어떤 동기로 잠도 줄이고, 극한으로 일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단지 그녀의 저녁 밥상이 짠했습니다.
저도 쿠X에서 일해보았는데,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라 일용직으로 나왔다가 하루를 못 채우고, 근무 중에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다들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밥과 반찬을 산더미럼 담아서 먹습니다. 건장한 남자가 하기도 힘든 일이니, 다들 열량 소모가 크겠지요.
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에 먹고살자고 돈 버는 건데, 그녀들의 밥상이 조금은 더 영양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감자 볶음은 제가 더 잘한다며 해달라고 했는데, 귀찮다며 안 했던 저를 돌아보며 이 글을 씁니다.
p.s. 감자 볶음 말고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