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보다는 돌 반지
아내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중 여동생에게 톡이 왔습니다.
순간 엉뚱하게 양주를 구해달라는 건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여동생이 갖고 싶다는 건데 알아봐야지 하고 검색을 했습니다. 조니워커에서 띠별로 한정판을 출시하고 있는데, 자녀를 낳은 해에 손도장, 발도장을 찍어놓고 스무 살이 되면 함께 마시려는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여동생도 그런 이벤트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조카는 25년 1월 3일에 태어나서 용띠이지만, 용띠는 구하기 어려우니 뱀띠는 구할 수 있을까 한 것이었습니다. 12월 말에 출시되었고, 한정판이라 이미 품절이었습니다. 아내가 퇴근하고 왔고, 여동생이 조니워커 뱀띠 에디션을 구하고 있으니 근처 편의점이랑 마트를 함께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롯데마트랑 CU 4곳을 돌아보았습니다. 집 근처 CU점주님은 친절하게도 발주 가능한지도 확인해 주었습니다. 발주불가로 되어 있었습니다. CU어플에서도 품절이라고 확인되었습니다.
인터넷에 구매 후기도 1월 14일 이후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리셀하는 곳에서는 48만 원에 판매하는 곳이 있긴 했으나, 선물을 하더라도 손해 보는 느낌으로 사고 싶진 않았습니다. 여동생도 리셀로 살 거였으면 부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돌 반지 대신에 조니워커 뱀띠 에디션 사줄까? “
“자기야, 반지는 반지고, 양주는 따로 선물해야지.”
“아니 가격이 비슷해서 농담으로 한 말이지.”
사실 돌 반지 한 돈보다 양주가 조금 더 쌉니다. 조카가 태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1돈 시세를 확인했을 때 45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시세가 사상 첫 2900달러 돌파로 55만 원입니다.
저녁에도 구매를 실패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아침 출근하면서도 4곳을 둘러보았으나 역시였습니다. 아내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아침 산책 대신에 CU 4곳을 둘러보았는데 구할 수가 없네.”
“저녁에 둘러보면서 못 구할 거라고 했잖아.”
“집 근처는 인천이고, 서울은 혹시나 했지.”
“정말 정성이다. 아, 나도 오빠 있으면 좋겠다.”
“자기한테는 내가 있잖아.”
노력은 했지만, 구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사실 조니워커 띠별로 에디션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여동생이 관심을 가질지는 더욱 몰랐습니다. 여동생도 직접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조카를 낳으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p.s. 동생아, 20년 후 아들과 태어난 해의 양주를 마시는 감동은 없겠지만 금은 팔지 않은 더 오를 거야. 예쁜 돌 반지 선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