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 25.9.24
아내는 제가 머리만 대면 자는 것을 부러워하곤 합니다. 잠을 잘 못 이룬 적이 없어서 수면제를 먹어본 적도 없습니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도 잠을 청하곤 합니다. 잠을 자고 나면, 치솟아 올랐던 감정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집니다.
다만 상담 업무를 하다 보니, 고객의 감정에 따라 저의감정 또한 요동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팀장 업무를 하다 보니, 상담사가 응대하기 어려운 민원 고객이나 상급자 요청에 응대를 하게 됩니다. 상담사의 응대 미흡도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제가 대표하여 사과드려야 합니다. 다만 고객 중에도 합리적이지 않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말을 할 때도 있어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며, 퇴사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잠은 잘 잡니다. 사내에서 마음건강을 위해 심리상담 지원 대상자라며 문자가 왔습니다. 문항을 읽으며, 항목에 따라 적어 나가는데, 그 정도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을 못 이루는 것도 아니고, 알코올 의존적이지도 않고, 폭력적이지도 않고, 자살을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요즘 욱하는 마음이 종종 들어 심리상담들 받아볼까 했습니다.
평소 화를 잘 안 내는데, 자꾸 엉뚱한 질문을 하는 직원에게 욱하게 되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업무가 밀려서 정신이 없는데 메신저가 왔습니다. 팀원들의 질의를 메신저로 확인하고 답을 주느라 바쁜데 옆에서 W가 급하거나 중요한 질문이라도 있는 것처럼 바라보았습니다.
“팀장님, 서울 맛 집이 어딘가요?”
“업무 시간에 중요한 질문인 것처럼 바라보더니, 바쁜데 사담을 하는 건가요?”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요?”
MZ는 이런 건가 하며, 꼰대가 되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꼰대가 되서 그런가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자 스스로 다짐했급니다. 마음 건강 상담 대상이라고 하여 신청해 볼까 설문을 하다가 질문을 보니 심각한 사람만 신청하는 것 같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잠을 못 자게 되면 신청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