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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거만했던 호모사피엔스

by Dear Lesileyuki

진애가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둘이 한참 동안 차 안에 앉아서 말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라 봤다. 참 열심히 살았는데 속까지 텅 비어 버린 것 같다. 진애가 CD를 집어넣었다. 미션의 주제가, Gabriel's Oboe 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분한 가브리엘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

“이 음악이 위로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정해 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가 알아서 하라고 해. 사랑 그 빌어먹을 것에 잡아먹히든 말든. 너도 해본 사랑을 왜 못 하게 해. 자식 가지고 면 세울 생각 하지 마. 피곤하다.”

진애가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결혼할 거란다. 가는 길이 어떨지 보이는데.”

나는 진애가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꾹꾹 찍으면서 말했다.

“보이긴 뭘 보여. 그냥 네가 상상하는 거지. 그리고 둘이 꼭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아, 그냥 연애 열 번 씀 하고 결혼하게 놔둬. 너처럼 한방에 올킬해서 결혼하는 미련한 짓은 가을이 여우라서 안 할 거다.”

“쿨 하게 살라고 이름을 가을이라고 했는데.”

나는 진애가 건넨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으며 말했다.

“모르는구나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야. 가을이 아마 연애는 무지할 거다. 그러니 그냥 너만 생각해. 그들은 잊어.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음식 먹고, 싫은 사람 절대 안 보고 그렇게 살자니까.”

진애의 말이 맞는다. 현재의 나는 잊어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걸 암 선고를 듣는 순간 깨달았으면서도 뭐 그리 쥐고 있을 게 많다고 딸의 연애까지 월권행위를 하려고 하는지 내가 우습다.

“가을이가 엄마한테 효도했네.”

“뭘?”

“연애적 감수성이 실종돼서 연애소설 못 쓰고 전전긍긍하는 엄마에게 멋진 스토리 하나 제공하겠네. 그냥 게네들 이야기 커닝해서 연애소설 한번 써라. 그런데 저거 네 남편 아니니?”

운전대에 엎드려서 앞을 보고 있던 진애가 말했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정말 차에서 남편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그가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바로 나의 핸드폰에 남편의 전화번호가 뜬다. 나는 그의 전화를 받으려다가 그가 차의 뒷문을 여는 순간 멈칫했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남편이 뒷좌석의 문을 열자 시어머니가 내렸다. 그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계속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재빠르게 수신 거부를 눌렀다.

“일 났다. 시어머니 치매잖아? 의논도 없이 모시고 온 거야? 저분 결혼할 때도 대책 없더니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건 여전하구나. 너 이제 어떡하니?”

“....... 나, 튈 거야.”

“지금?”

진애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아니. 곧."

“치매 시어머니 두고 튄 죽일 년의 며느리 될 텐데?!”

“암 걸려서 자궁 난소 림프 다 날린 년이야. 더는 무서울 게 없는 년이라는 말이지.”

“그렇기는 하지. 근데, 봄이 고3이잖아.”

진애가 정말 그럴 수 있겠냐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다 개뿔이야. 봄이가 고3이지 내가 고3은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이 나이에 효부상 노릴 것도 아니고.”

남편이 전화를 끊고 시어머니를 부축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트 홈의 기본은 덩굴장미가 타고 오르는 집이라는 콘셉트가 머릿속에 잡혀있던 시절부터 정성스럽게 가꾼 장미 넝쿨이 담을 타고 오르는 대문을 열고 시어머니가 들어갔다. 얼마 전 가지치기를 해서 이제 막 새로운 꽃을 피우려고 하는 장미들이 있는 내 집으로 말이다.

아직도 귀에 선하다. 막내 봄이 낳고 분가해서 나가던 날 시어머니가 내 뒤에 대고 ‘네년의 밥을 먹으면 내가 혀를 물고 죽는다.’라고 했던 말을. 이래서 사람은 말로 장담을 하는 게 아니다.

“집에 들어갈 거지?”

“내 집이 바로 저긴데 그럼 내가 어딜 가? 가라. 다음에 보자.”

갑자기 몸 안에서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하더니 돌격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연락해.”

진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한동안 연락 두절 돼도 걱정하지 마.”

나는 남편이 방금 들어간 후 닫힌 대문을 보며 말했다.

그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이제부터 뒤처리는 누가 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줄 생각이다. 나는 진애의 차에서 내려서 곧장 집 근처에 있는 다이소 편의점으로 향했다. 세상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그곳을 다 뒤져서 겨우 지구본 찾아냈다.

지구본을 옆구리에 낀 채 집안에 들어서니 거실에 남편과 시어머니가 함께 앉아 있었다. 이기적인 호모사피엔스 같으니라고. 나는 남편을 노려봤다. 그가 뭔가 말을 하려는 듯 다가왔다. 나는 그런 남편을 모른 척했다.

“오셨어요?”

“너는 어딜 갔다가 이제 오냐? 애비 배고플 텐데.”

시어머니는 죽 살아오던 사람처럼 내게 말한다. 내가 암 수술한 건 아예 기억조차 없는 듯하다.

“엄마랑 나는 제수씨 친정어머님이 차려줘서 먹고 왔어.”

남편은 옆에서 하나 마나 한 말을 하고 있다. 가을만 이단 옆차기로 날리고 싶은 게 아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부녀를 쌍으로 이단 옆차기로 날려버리고 싶다. 정말 남편과 오 분만 더 있으면 정말 예전에 배운 돌려치기 본능이 되살아날 것만 같아서 지구본을 옆구리에 낀 채 주방 옆 작업실로 들어가려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불러 세운다.

“내일 마당의 풀 좀 뽑아라.”

이쯤 되면 중년 신데렐라 버전이다. 진정성 있는 효도를 한 동서는 친딸 버전이고. 젊고 미모인 신데렐라는 자정에 왕자라도 만나지만 나는 도대체 이 나이에 암에 걸리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까지 그야말로 인생 쓰나미이다.

“제가 일요일에 다 손봤습니다.”

정원 근처도 가지 않는 남편의 말이 하도 우스워서 나는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지구본을 책상에 올려놓고 노트북을 켰다. 화면이 뜰 동안 나는 지구본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렸다. 손가락을 지구본에 대서 걸리는 쪽으로 결정을 하리라 마음먹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빙빙 돌던 지구본에 손가락이 닿자 멈춘다. 그곳은 바로 시칠리아였다. 코발트블루 빛 지중해 위에 ‘타오르미나’가 있는 그곳.

“제수씨가 유산을 했어. 당분간 엄마가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아.”

따라 들어온 남편이 변명처럼 말했다.

“..........”

상황이 나쁜 며느리계의 절대 고수로 등극하기로 마음먹지 않은 이상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엄마 때문에 힘들었나 봐.”

“안 됐네. 조심하지. 애를 가졌으면 사람을 좀 쓰지.”

어쩐지 지난번 병문안 왔을 때 안색이 나에 비하면 한창 젊은 나이인데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치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힘들어 그런 줄은 알았지만, 유산까지 했다니 유감이다. 하지만 동서의 유산이 남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타이밍 하나는 절묘하게 맞추는 남편의 얼굴이 보기도 싫었다.

“당분간 어머니를 모셔야 할 것 같아. 어머니도 이젠 당신 눈치 보는 것 같더라. 당신 언제 오느냐고 묻고, 애들 언제 오느냐고 묻고. 잘, 지내보자.”

“언제까지?”

“몸이 좀 나아질 때까지는.”

“나는 애 낳고 사흘 만에 책상에 앉아서 원고 썼어. 일주일이면 돼?”

“당신 정말.”

남편은 내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표정이다. 나는 그런 남편의 얼굴을 고집스레 외면했다. 결국은 뭐든 제 마음대로인 그가 더는 용납이 되질 않았다.

“치매 도우미 신청해. 나는 까놓고 말해서 못해. 5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는 게 나의 목표라서 그 누구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가족이 뭐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그건 당신이지. 나는 어머니랑 피 한 방울도 안 섞였거든. 그리고 가족의 이름으로 강요하는 건 폭력이야.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당신이랑 한 세트지 난 아냐.”

“물론 엄마가 예전에 심했던 거는 알지만 당신도…. 그만두자. 어쨌든 엄마, 당분간은 내가 모시고 있을 거야. 불쌍하시잖아. 당신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가족이 사랑으로 묶여야지 핏줄로만 묶이면 피곤한 거야. 당신 마누라 암 수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수술 잘 됐고, 초기였잖아. 물론 미안한데, 도리라는 것도 있는데….”

그놈의 도리는 이제 엿 바꿔 먹을 생각이다.

“됐고, 일족들이 알아서 잘해봐. 당신 효자 아들 노릇해. 안 말려. 하지만 나는 이제는 엮이고 싶지 않아.”

나는 지구본을 손가락으로 계속 돌렸다. 남편이 그런 나를 지켜보다가 말없이 벽을 쳐다본다. 그에게는 내가 벽이고 나에겐 시어머니가 벽이다. 이 시점에서는.

결혼 이후 최대의 위기다. 그와 나 사이에 연결된 필라멘트가 접속 불량처럼 깜빡거린다. 하지만 나는 그 위기에 그 어떤 대처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방전되어 버렸다.

갑자기 그동안 내가 너무나 교만하고 이기적인 호모사피엔스들과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했다. 지구라는 거대한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고 말을 하며 생각이란 것을 하고 사는 탓에 제일 잘났다고 믿고 교만을 떤 탓에 오늘에 내가 이 모양이 된 것은 아닐까? 대체 나는 왜 그러고 살았을까?

진애의 말처럼 가을의 사랑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젠 그러거나 말거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인 셈이다. 밤새도록 작업실 책상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두 잔을 마시고, 허 편집장이 말한 죽이는 연애소설을 쓰려고 작정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광고 카피를 쓰듯, 영화 하나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가을이 덕에 연상연하 커플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밤새도록 담배를 피웠다면 더 근사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겠지만 두 번 수술대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온몸이 녹슨 고철인형처럼 뻣뻣해져서 새벽에 겨우 굴러서 의자에서 내려왔다. 이것도 죄다 그놈의 폐경과 호르몬 탓이다.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사피엔스가 벽을 짚고 일어나야만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벽에 머리를 박으며 ‘교만했던 저를 용서하십시오’하고 중얼거렸다. 눈과 손이 멀쩡해서 그나마 원고라도 쓸 수 있고, 노트북이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천정을 봤다.

“눈이 아니라 자궁이라서 다행이다. 그래.”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데 손가락이 말썽이다. 마디가 빳빳하고 붓기까지 있는 손가락이 갑자기 꺾이는 바람에 통증이 심했다. 너무 아파서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신음 중인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그 겨울에 그 찻집.........’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다. 도대체 누가 이 새벽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까? 나는 몸을 굴려서 의자가 있는 곳까지 가서 의자를 집고 일어났다. 뻣뻣한 다리 때문에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서 벽을 잡고 한참을 서 있다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시어머니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계단에 앉아서 음정 박자 다 틀리는 노래를 부르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놀랍기보다는 신기했다. 아니 기묘했다.

인생이란 놈은 참 요물이다. 어떻게 각본을 만들어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순간 인생이란 나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이미 만들어지고 그저 역할 놀이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성실히 임해야 하는 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어떤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 이른 아침에 찻집, 마른 꽃 떨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시어머니는 정확히 가사를 다 외우고 있었다. 십 분 전의 일도 잊는 분이신데 어떻게 조용필 위 <그 겨울의 찻집>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다 기억하는 것일까?

치매가 걸리시기 전에 노래 교실에 다니셨는데 그때 배운 노래인 듯하다. 시어머니의 노래는 아침이 올 때까지 계속됐다. 마루 한구석에 놓인 작은 스툴에 앉아서 시어머니의 노래를 들었다. 계속 듣고 있다 보니 무서워졌다. 도대체 시어머니는 왜 저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는 걸까?

“아침부터 당신 정신 어떻게 된 거 아냐?”

시어머니의 노랫소리가 남편을 깨웠는지 방문을 열고 나오던 남편에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시어미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진다.

“두 시간째 저러고 계시네….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건 난데.”

“당신, 그럼 말렸어야지. 엄마가, 저렇게 계실 동안 구경만 했어? 그래, 재미있었냐?”

남편이 나를 노려보며 화를 낸다. 웬만해서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닌 남편이 나에게 버럭 화를 내자 할 말이 없어진다. 갑자기 내가 몹시 나쁜 년이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나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편을 두고 주방으로 가서 오랜만에 원두커피를 갈고 커피를 내렸다. 어두운 밤의 빛깔을 가진 커피가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떨어진다. 오늘따라 유난히 커피의 향이 짙다.

나이가 들고, 암 수술까지 해서 용기와 오기에 똘기까지 생겼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차라리 돈이 들더라도 괜찮은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모두의 쾌적한 인생을 위한 지름길이다.

내가 죽어라 오만가지 글을 썼던 이유는 돈 때문이었고, 돈이 입금되기 전에는 원고도 안 넘기는 작가정신이 비어버린 작가가 된 것도 학생이라 경제 능력이 전무한 남편 때문이었다. 시어머니는 늘 젓갈을 팔아서 번 돈으로 나를 압박해 들어왔고, 나는 시어머니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시어머니가 어느 날 학교에 가는 나에게 대학은 집어치우고 젓갈 가게에 나와서 일이나 도우라고 했을 때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막 등단한 작가를 젓갈 집 새댁으로 변신시키려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치가 떨렸고 친정엄마의 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친정엄마는 어떻게든 일찍 결혼한 딸 대학은 졸업시키려고 절반의 등록금을 대고 외손녀까지 맡아서 길러주는데 시어머니의 법대생 아들 뒷바라지나 하며 젓갈이나 팔라는 말은 나보고 죽으라는 말이었다. 나는 눈물을 쏟으며 학교에 갔다. 기말고사는 다 망치고, 영문도 모른 채 옆에 앉은 윤재는 티슈 뽑아주기 바빴다. 그날 나는 내가 윤재랑 결혼 안 한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며 펑펑 울었다. 돈이 인생을 편하게 해 주지 사랑이 인생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남편은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 벌어졌던 그날의 일을 아직도 모른다. 정확히 시어머니는 군말 없이 내 대학 등록금 반을 대주고 있었으니. 이후 나는 돈이 되는 글은 죄다 쓰는 작가로 변신했다. 학비의 절반을 벌기 위해 사랑 따위가 전부라는 환상을 갖게 하는 글은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놈의 웬수같은 젓갈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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