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중간 평가
7월 무렵 최종 호지킨림프종 판정.
PET/CT 검사 결과 경부와 흉부 림프절 종대가 발견되어 2기로 진단.
예정대로 [2-2]까지 네 번의 항암치료 후, 중간 평가를 위해 CT와 PET/CT 검사를 시행하게 되었다.
오후 7시에 CT 촬영을 했다.(오후 3시부터 금식)
다행히 진단 시 암이 많이 퍼져있던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흉부 CT만 촬영을 하게 됐다.
지난주 금요일에 맞았던 항암 주사의 영향으로 아직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는 상황이었던 지라, 조영제가 몸에 들어오고 나니 심한 구역감을 느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잠깐이지만 괴로운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검사가 끝나고 나니 괜찮아져서 바로 귀가할 수 있었다.
이어서 다음날 오전 9시에는 PET/CT 촬영을 했다.
PET/CT는 검사 전 7시간 금식을 해야하기에 아래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금식 후 CT 촬영 → 이후 저녁식사 → 다시 금식 후 PET/CT 촬영
9시까지 도착해서 정맥으로 포도당 유사물질인 FDG를 주입 후 한시간 정도 가만히 누워서 대기했다.
이후 촬영 전 소변을 보고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에는 20분 정도 소요됐고, 별 탈 없이 마무리 되어 귀가했다.
3주기의 첫째날(Day 01)이자, 중간 평가의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9시 무렵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미소를 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완전관해 수준의 반응을 보였네요. 혈액 검사 결과도 괜찮으니 남은 치료도 스케쥴대로 잘 받아봅시다."
* 완전관해란 암세포의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완전관해가 5년간 지속되면 완치라고 판정을 합니다.
치료 전에 찍었던 PET/CT 사진을 함께 보여주셨는데,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암의 흔적이던 까만 점들이 깨끗해진 게 보였다.
좋은 결과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불안한 마음들도 싹 사라진 순간이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지금까지 내 진단과 치료의 과정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우선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이 병이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하필 암세포가 기도를 눌러서 몸에 이상이 있음을 비교적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게 첫번째로 찾아온 행운이었다.
이어서는 6월 30일 자로 호지킨림프종 판정을 받았는데, 사실 7월 3일이 입영 예정일이었다는 것.
정말 조금만 늦었다면 암을 모른 채로 군대로 갈 뻔 했다.
그랬더라면 암을 바로 찾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암이 점점 더 진행되었을 테지.
그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기에, 이어지는 조직검사와 흉부 CT를 같은 날(6월 16일)에 받을 수 있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 것도 행운이었고, 조직검사 결과가 늦지 않아 예정된 날(6월 27일) 결과지를 들고 진료실을 갈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말 그대로 인생을 바꿀 뻔했던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6월에 입대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원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7월로 신청을 한 거였다.
당시에는 그런 내 부주의한 모습에 자책을 하곤 했지만, 결과적으론 그 부주의함이 나를 구하는 선택이 되어 돌아왔다.
행운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는 호지킨림프종 판정을 받은 것도 행운이었고, 항암제의 부작용이 견뎌낼만한 정도로 찾아온 것도 행운이었다.
그리고 이번 중간평가 결과가 매우 긍정적인 것 역시 나에게는 행운이다.
이 행운이 치료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겠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가족과 친척, 친구와 동료들의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그리고 그 전에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다.
큰 불행이 찾아왔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 작은 행운들이 모이고 모였다.
그리고 그 행운들은 우연히 내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찾아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암에 걸렸다고 전엔 없던 행운들이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늘 내 곁에 함께했는데 그 동안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 테지.
큰 일을 겪고 나선 주위의 사소한 일들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눈길이 가지 않았던 곳에 눈길이 가게 되었고,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늘 나와 함께하지만 보이진 않았던 행운을 찾아냈다.
이번 항암치료를 계기로 많은 것들을 느끼며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
이 역시 행운이라면 행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