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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박 Sep 18. 2023

슬픔은 상실에서 오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로 부터 온다

세상을 잃고 세상의 구조를 알게 되다 

죠지아 

세상을 잃고 세상의 구조를 알게 되다


3년 10억 만들기로 야후에 경제  칼럼을 연재했던 작가이며 사업가였던 내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파산했고 무일푼에 혼자가 됐다.  창피해서 집밖으로 한동안 나오지도 못했다. 건방진 성격에 젊은 나이에 재력까지 있었으니 기세가 대단했다. 40대 초반에 은퇴 할거라는 건방진 호언 장담을 하며 살았는데 무일품이 되어 30대 후반에 새로 취직을 해야 할일이 막막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청춘을 돈을 버는데 모두 소진했다. 현실의 행복을 무한 연기하고 오로지 미래에 매몰되어 있었다. 돈을 젊음과 바꾸고 시간과 건광과 바꾸었는데 돈이 없어지고 나니 남은게 없었다. 사람들도 떠나고 아내도 나를 버렸다. 죽을 자리만 찾아 다녔고 창피해서 새로 삶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지난 10년을 처음 부터 되풀이 할 자신이 없었다. 슬픔은 상실에서 오지 않고 오히려 남아 있는 것들로 부터 온다. 남아 있는 추억, 허세, 무너진 자존감, 추억, 낭비벽, 자존심등 어둡게 남은 상념에  몸서리 쳤다. 세상을 잃음으로 세상의 구조를 알게 도었다. 상실의 슬픔을 준 가장 커다란 페르소나는 체면이었다. 이녀석은 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36살에 무일푼으로 다시 구직자 대열에서 취직을 해야 하는데 나를 알던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들에 괴로웠다. 인생의 제비뽑기에서 성공하지 못해 스스로 비빌 언덕을 만들려 했지만 그 언덕이 무너지고 남은 후의 내 모습은 너무도 초라했다. 나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죠지아로 이사를 했다. 이사의 장점은 모든것을 초기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면을 극복하는게 이사의 이유였다.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마지막 머무는 병동에서서 노인들의 생리 현상 뒷처리와 피고름 청소를 하는 간호 조무사의 보조를 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곤 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하루 하루를 견뎠다. 편하게 죽을 자리만 찾으면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등질 생각만 했다. 사람은 가진게 없어서 자살하기 보다 희망이 없을때 삶을 포기한다. 무기력이 이슬비처럼 몸을 적시고 늘어난 무게가 커다란 검은 바위처럼 땅 아래로 짓누르는 삶의 중력을 느꼈다. 


병상을 청소하던 어느날 삶이 마감될 듯 보이는 앙상하게 마른 팔이 나릉 당겼다. 완력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여리어서 더 조심하게 되느 정도의 미약한 힘, 노인의 야위고 초췌한 목덜미에 깊은 세월의 주름이 보였다. 그녀를 풍요롭게 해주던 삶이 이젠 그녀의 몸에서 많은것을 다시 거두어 가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입을 여셨다. 한번에 밷어 내는 말이 아니라 한템포 쉬어 가는 숨을 머금고 하시는 말이라 오히려 집중하게된다 


"왜요 할머니 모 필요 하세요?" 

"참 젊음이 좋다 부러워 난 얼마 못살어 아 그걸 알고 나니까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고 부러운게 많아 보니까 열심이 사는거 같은데 웃는걸 못봐 사는게 쉽지 않지만 내 나이가 돼봐 난 자내가 너무 부러워" 


따듯한 온기를 남김 없이 빼앗긴 빈집에서 나오는 불씨도 컴컴한 맘망 대해르 비추는 달빛처럼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된다. 진솔한 진실이 한 바가지 찬물처럼 두뇌와 심장을 적시는 각성의 순간이었다. 진정한 멘토는 내 안에 있었다. 다만 그 파장의 울림을 할머니가 주셨고 난 그 울림에 귀를 귀울인거다. 인생은 아름 답지 않느가? 완벽해 보이는 인생이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구. 그 후로도 그 분과의 대화가 이어졌고 몇개월 후 확실한 죽음의 기척을 여러번 보여 주시고 뵐때마다 한 단계씩 작아져 보이시다가 할머니는 삶을 마감 하셨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그분의 눈에는 내 젊음과 건강, 미래가  부러웠으며 삶을 충분히 다시 꾸밀 수 있는 수많은 시간과 기회가 내게 여전히 존재 했음을 깨닫게 해주셨다. 이제 내 인생 고작 전반전 끝난게 아니던가 그날 그 에피소드 하나로 내맘이 완전히  바뀌진 않았다 숱한 번민이 있었다. 다만 슬픔이 그 힘의 일부를 상실 했을 뿐이었다. 무작정 캐나다 나이아 가라 폭포로 여행을 떠났다. 폭포 소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혀 내느 상처들의 소리다 작은 물방울들이 튀어 내는 비명. 우리가 괴로운건 일어난 상황이 아니라 상황들이 만들어낸 남은 상념들이다. 한줌의 폭포가 물꽃을 품고 폭포가 통과하는 바위들이 흘리는 땀으로 공기가 촉촉해 지면 내 마음 공간 안에도 물씌가 맺혔다. 희망이라는 작은 이슬.  이왕 시작하는건 내가 해보지 못한 걸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세상을 향한 객기도 남아 있었다. 일하던 병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다니는 의사들이 멋져 보인다. 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삶에서 99번을 성공 했어도 현재 실패 했다면 실패인거고 과거에 99번을 실패 해도 현재 성공했으면 성공이다. 영화 연출을 전공했던 난 다시 대학에 들어가 2010학번이 됐다 1990학번에서 2010 학번으로 20세기 문과 였던 내가 21세기에는 이과인 치과 의사에 도전한다. 여해으이 목적은 환상을 없애는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번 여행에서 환상을 하나 심었다. 그때 결심했다. 


"의사가  되겠다는 내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많지 않겠지만 만에라도 성공한다면, 책을 출판 할거야 그럼 참 멋질것 같아 안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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