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풍경은 환한가?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여자는 거울을 본다

by 카일 박

태양이 지면 하루살이는 몸이 기울어 균형을 잃는다. 균형 잃은 하루살이는 빛을 찾다가 불에 타 죽는다. 영혼도 사랑을 잃으면 기운다. 문학적 사랑의 관점에서 난 게이였다. 내 첫사랑은 헤밍웨이였고 다음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그 후 성 정체성을 다시 찾기까지 20년이 흘렀다. 한강 작가는 사랑이다. 노벨상 작가의 책을 원어로 읽는 행복과 덤으로 내 성정체성도 찾았다. 내 문학적 성 정체성에 다소 균열은 있었으나 완전히 분열되지 않았던 건 다행이다. 여전히 헤밍웨이의 세련된 문장과 하루끼의 참을 수 없는 문체의 투명한 명랑함을 사랑하지만 한강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나 시간의 지평선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사랑의 정의를 사색한다. 그녀는 내게 영향을 미쳤다.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소멸하면 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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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에서 향기 나는 꽃을 피우려면 도전해야 한다. 좋은 도전만 있진 않다. 그날의 도전은 하찮은 ‘담배’였다. '하찮은'이 담배의 별명이 됐다. 찮은이를 만난 건 고1 미술 선생님 때문이다. 미술 선생님은 교무실 말고 독립된 지하 화실에 머무셨다. 샘의 하얀 와이셔츠 안쪽으로 드러나는 목선과 이어지는 쇄골에 아찔 하게 빠졌다. 사춘기 시절 그녀의 목덟이를 핥던 내 상상의 기억도 아직 내 뇌리에 남아 있다. 용기 내어 화실에 놀러 간 날 커피를 마시던 샘의 가느다란 손끝에는 막 불을 붙인 듯한 남자들 것 (? 남자들이 주로 피우는 담배) 보다 장미처럼 슬림하게 타들어간다. 실내 흡연이 자연스러운 과거에도 샘은 일탈을 머금은 연기처럼 멋졌다. 샘의 미소는 옅은 색감의 먼 풍경을 닮았다. 다소 나이를 짐작케 하는 주름살이 얼굴 가득히 따듯하게 퍼져 있었으나 그녀의 얼굴에 잘 어울렸고 오히려 나이를 초월한 젊은 같은 것이 그 주름살 때문에 오히려 강조되었다. 중년 여성의 매력은 생각보다 따스 했다.


필통 속에 숨겨둔 담배는 의외의 곳에서 다시 만났다. 시비가 붙은 상대가 싸움을 피하려 담배를 물었고, 꿀리기 싫은 나도 녀석을 꺼내 기침을 참으며 태웠다. 운전 중 안개가 사라지 듯 긴장이 완화 됐다. 하루 살이 처럼 내 육체가 내 정신에게 기운 날이었다 그 ‘하찮은’과 이별하는데 15년이 걸렸다. 마음이 상하거나 불안할 때 찮은이가 의지가 되었으나 나중엔 만나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끊기 위한 노력보다 끊을 수 없는 이유로 날 합리화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했다. 균형 잃은 하루살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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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짝사랑했던 내가 중독이 되었다는 걸 샘은 아실까? 사랑으로 내 영혼은 벨런스를 찾았다. 일상의 사건들과 사람들이 주고받는 영향은 상상보다 크다. 여성들은 안다.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거울을 본다는 걸. 여성분들은 거짓말쟁이다. 그녀들은 화장을 한다. 선한 영향이든 베어든 담배 냄새든, 삶은 그런 영향들을 주고받는다. 영혼은 어떤 순간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하고 우리 감정이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그해 여름에 담배를 배웠고, 사색을 배웠고, 영향을 받았다. 샘이 피우시던 건 버지니아 슬림이었다. 대부분 여성들은 그걸 피웠다. 사소한 것이라도 처음 대할 때의 낯섦은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낯섦에 곧 익숙해진다. 치과 의사가 된 후 담배는 끊었으나 인생의 ‘도전’은 계속된다. 세상에 주는 선한 영향력의 맛에 중독된다. 타지인 뉴욕에서 이방인, 방관인, 주변인이라 해도 여전히 난 도전한다. 그 해 여름에 난 담배를 배웠고, 사색을 했고, 영향을 받았다. 다행히 타 죽진 않은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순간, 일상을 모험으로 바꾸는 순간, 시비 걸던 녀석을 친구로 만드는 모든 순간을 더 사랑하게 된다. 하루살이가 모여 빛을 비추는 뉴욕의 풍경은 사랑으로 환하다. 하루살이가 모여 반딧불이가 되었다. 선명한 빛이 여름밤의 어둠을 발힌다. 반딧불이 사라진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머문다. 그 자그마한 빛은 늘 내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바로 앞에 있었다. 그녀의 마음도 그랬다. 뉴욕은 넓지만 오랫동안 한 곳에 살면 사람의 활동 반경은 으외로 한정된다.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 넓은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사랑의 마음은 오히려 누군가에게로 집중되고 좁혀진다. 뉴욕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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