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by 수호

교실 뒤편에


언제 씨를 뿌린지도 모르는 것이


좁은 땅에서 싹을 틔웠다


참고서를 찢어


비료 대신 뿌려 주고


목이 마른 싹들은


물기 묻은 밀대 속으로


뿌리를 내렸다


마른 뿌리들로


세상을 휘둘러보지만


아득한 것은 담이었다


꽃말 하나 가지지 못한 잡초가 돼


커다란 발길들에 짓밟히는 수모를


견뎌내면서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그리운 담 너머의 세상이었다


수많은 발길질 받아가며


오랜 기다림 끝에


담에 이르러


능소화 한 송이로 피어나


비로소 꽃말을 되찾게 되고


교실로 들어간 능소화는


학생들의 책갈피 속에 향기를 꽂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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