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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01. 2023

8월의 시작에서 쓰는 7월의 이야기

그냥 일기

8월에 쓰는 7월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이렇게 쓰니까 뭔가 볼품 있지만 사실 평범한 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종이 일기를 안 쓴지 몇 년이 지났다. 노트북 탓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나약해진 몸이라 더는 종이로 돌아가질 못할 거 같다. 사람들은 이기와 문명의 발전에 따라 환경을 위함을 알지만 스마트폰은 포기할 수 없다. 이건 과학자들의 소견이다. 스마트폰 이전으로 우린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그런 의미로 독서모임에 들어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자고 했고


다음 주에 난 가지 않았다. 코스모스의 머리말만 읽었는데 벌써 부담된다. 사실 일부러는 아니고 촬영이 있었다. 2-3주 전부터 잡아놓은 촬영이었고 키위크루라는 대학생연합영상동아리였다. 신기했던 건 직장인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 오디션 아닌 오디션을(미팅이라고 할까 그럼) 보러 갔을 때가 기억난다. 난 선크림도 까먹고 나왔다. 지각 ㅎㅎㅎ


맡은 역할은 펑크족이었다. 내가 좀 불량하게 생겼나. 아마 머리스타일 때문에 돋보였을 거 같긴 하다. 짧은 머리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장발은 아니고. 대충... 거지존?

근데 이 머리로 계속 밀고나가는 중이다. 이유가 있어선 아니고.. 뭔가 더 기르기엔 힘들고 생각보다 배역이 들어와서..? 사실 짧으면 더 보기 좋긴 하다. 하루는 고향 친구가 디엠을 보냈다.


머리 자르라고.

긴 머리가 너의 이목구비를 가린다고.


맞는 말이다. 실제로 가릴려고 길렀으니까. 약간 길러서 가리면 잘 생겨보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외모하향은 물론이고 덥다. 더운 게 너무 크다. 토요일 오토바이 앞에서 찍는데 진짜 땀이.. 미치도록 흘려서 미안할 정도였다. 미술팀에서 계속 땀 닦아주는데.. 너무 미안해서... 남의 땀을 닦아주고 그 화장솜을 버리게 만들고.. 내가 뭐라고 ㅜ


그런 궂은 일을 자꾸 시키게 만드니 미안했을 뿐이다. 사실 영상에서 나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마음 편했다. 역할이 작을수록 마음은 편하다. 분석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편한 마음으로 가면 된다. 


8월의 시작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오전 일찍 짧은 촬영이 있었다. 배역부터 수상했고 문자로 받은 시나리오 장면을 보고도 이상했던.. 단역으로 포장한 엑스트라였다. 근데 그냥 8월 시작부터 촬영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그래서 했다. 오늘 뭐 할 것도 없었던 건 사실이고

그래서 이렇게 학교 도서관(은 아니고 사실 학생회관)에서 에어컨 쇠면서 밀린 숙제를 마쳐야지.


정말 짧은 촬여이었다. 신촌에서 콜타임이 7:30이었고 12시까지인 줄 알았는데 가니까 10시 전에 끝났다. 실촬영은 1시간 내외였던 거 같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6호선 타고 가는 중 전화가 왔다.


취소됐다고.


그래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바로 내려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한 세 정거장 가니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6호선 굉음을 아는가. 안 들리는 문제였는데 마지막 말만 들렸다.


다시 오실 수 있으신가요?


아.. 그렇게 갔다. 한번 갔었던 장소로 낯이 익은 곳이었다. 낮에 보는 건 처음인 술집. 클럽씬은 보조출연 포함하면 4번 쯤 해봤다. 재밌는 건 그중 두 개는 진짜 보출, 하나는 오늘 단편영화 단역, 하나는 ott드라마였다. 정말 유명한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였고 카메라가 굉장히 비싼 거였다. 카메라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하는데 옆에 있던 배우가 말해줬다. 그래서인지 거긴 원캠이었고


정말 오래 걸렸다. 04:30에 콜타임인데 19시?까진 찍은 거 같다. 돈은 20이었나 25였나. 에이전시를 끼고 있어서.. 택시비도 포함된 금액이었다 ㅜ 이미 2만원 깎이고 시작.


이태원 클럽에서 그런 촬영이 있고 몇 달이 지나자 참사가 있었다. 내가 갔던 그 거리인가 생각했는데 헤밀턴 호텔에서 현장 집합이었기에 기시감을 감출 순 없었다. 그러고 사건이 있고 몇 주가 지나서 이태원 거리를 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갈렸던 거 같다. 물론 온라인 상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실제로 내 룸메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허나 확실한 건 하나였다.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걸.

그냥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사회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지하철에선 좀 덜 밀고 그랬던 거 같긴 하다. 그것도 뭐.. 지금은 다시 예전이랑 다를 게 없는 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생각보단 쾌적하다. 생각보단..


죽음의 발현을 거슬러 올라가면 2년 전 8월 5일이 나온다. 그렇다. 이번 주엔 친구 기일이 있다. 2주년이라고 표현하면 안 되는 건데, 마땅한 표현을 모르겠다. 단어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 내가 문창과라니. 그리고 촬영 때문에 추모공원에 가는 일을 7일로 미뤘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아니, 


아무 말이라도 하면 진짜 아무 말이 될 거 같아, 말을 아끼겠다. 살짝 감정이 올라온 탓에, 숨겨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흘리는 눈물은 불수용성이다. 최소한 내가 느낀 사회는 그렇다.


사실 다큐를 찍기로 했다. 그게 너무 그 친구한테 미안한 일인 거 같다. 그 친구의 죽음을 이용하는 거 같아서.. 5일 날 가려던 일정도 촬영 때문에 바꾼 거다. 촬영팀이 주말에 일정이 있다고 7일 날 가자고 했다. 내가 추모공원에 가는 모습을 찍겠다고 했다.


자세하게 쓸 수 없는 게 일기가 맞나 싶긴 하다. 종이일기였다면 저 자세하게 썼겠지. 아니, 최소한 비공개였어도. 어떤 문학소녀 친구는 블로그를 열심히 썼는데 비공개 글을 일기로 썼다. 근데 조회수가 많았다. 지금도 의문이다.


밀린 글을 쓴다는 건 미련한 일 같았다. 감정은 한번 밀리면 복구할 수가 없는 일 같아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굉장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감정을 복구시키니까. 

감정씬이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이입보다 먼저 감탄이 나온다. 몇 번을 찍었을까, 이 생각이 들면 아무리 슬픈 신파 장면도 극한직업으로 보이게 된다. 물론 이렇게 보라고 배우가 연기를 한 건 아닌데


직업병은 아니고 순수한 학문적 탐구다. 감탄과 대단함, 경이로움. 예전에 문창과 실기생 시절, 어떤 학생의 작품을 보고 진짜 벽을 느꼈다. 이건 내가 넘기는 커녕 엿볼 수도 월담할 수도 없는 벽이다. 천재라는 건 이런 거구나.. 그땐 그런 생각을 느꼈다. 지금 봐도 그때 그 학생의 작품은 수작이었는데 등단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또, 그땐 그런 소위 천재와 친해지고 싶었다. 내가 같은 동성이었다면 친구로 지냈을지 모를 일인데, 아쉬웠다. 뭔가 궁금했다. 그런 사람의 머리엔 뭐가 들었을까. 사실 기성 시인의 작품을 보고 


와, 


감탄하고 그랬던 적은 많지만 저 사람의 머릿 속이 궁금하진 않았다. 근데 그땐 또래가 그러니까 궁금했던 거 같다. 이제 그만 마무리를 해야지. 무더운 여름도 이제 8월만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9월도, 10월도 덥겠지만 남은 더위 무사히 또 안전하게 이겨내길 바란다. 모두들 8월 달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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