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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Oct 18. 2023

글은 운동과 같아서

그냥 일기

글은 운동과 같아서 꾸준히 쓰지 않으면 준다고 했다.

아마 실력을 가리키는 말이겠지.

어디서 들은 말인진 모르겠지만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말이다.


팔로알토의 가사 중에는 이런 게 있었다.


마음은 마치 근육 같지

생각할수록 커지니까


글쓰기도 그렇다면 근육 같은 걸까. 모르겠다. 글을 예술의 범주로 생각하는 것도 분명 호불호가 갈릴 테니까. 글은 일상에서 존재하는 종이 같은 존재기에 예술성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일기는 더욱더 A4용지 같은 존재고. 


사실 누가 일기를 보고 예술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안네의 일기면 모를까.

뭐, 이런 얘길 하려는 건 아니고.. 최근에 일기를 안 쓴지 너무 오래됐다. 사실 쓸 게 많았다. 교양 강의 중 재밌었던 것도 적으려고 했고 그럴려고 했는데 까먹었다. 최근에 갖다 온 드라마에서 해프닝은 뭔가 적기 조금 애매한 상황이고.


억울했던 상황만 빠르게 짚고 가야지.

커피를 칠판에도 던지는 씬이었다. 이제 연결을 위해 커피를 다시 던졌었는데, 내가 맨앞자리 앉은 학생이었다. 연출부였던 한 스태프는 커피를 그대로 던졌고 나에게 튀었다. 난 너무 당황해서 아무런 소리도 안 나왔다. 심하게 튀고 그런 건 아니지만, 사복도 있고 가방은 내 거였는데..


그 어떠한 사과는 커녕 관심도 없던 연출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이걸 얘기할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고. 결국 얘기했지만 별 관심 없어 보였다. 튀었어요? 죄송해요.

하핳.. 그날 느꼈던 건 그냥 비싼 보출?

돈을 많이 줘서 카메라에 잡히는 걸 기대했는데 연출부가 아닌 보조출연 반장이 디렉팅을 하고..

뭐 그랬었다.

분위기 자체는 이례적일 만큼 좋은 현장이었다. 신경질 내는 스태프가 한 명도 없는 현장을 본 건 처음이니까.


뭐 자세하게 얘기하기엔 진행 중인 작품이므로 좋지 않을 거 같고


교양 강의 때 교수는 그런 얘길 했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2층에 가면 무슨 궁이 잘 보인다고. 그 뜻을 생각했다. 암병원..에 가라..? 교수는 자신도 이상했는지 뒤이어 말했다. 물론 여길 가보라는 뜻은 아니고요, 기회되도 안 가면 좋은 곳이겠지만 뭐..


아무도 강의실에선 소리내어 웃지 않았던 거 같은데, 난 속으로 웃고 있었다. 대학일기나 대학원 탈출일지 같은 생활웹툰에서 그려지면 재밌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ㅋㅋ


그리고 놀라웠던 점은 출결이 인정되었던 거다..! 촬영으로

연영과가 없었기에 출결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젠 편하게 촬영을 다닐 수 있는 거였다.

그런데 상업이 또 잡힐까..?

뭔가 빨리 알았으면 했다.


사실 위에 커피 얘길 한 드라마가 금요일 추가촬영이었는데, 학교 수업 때문에 난 빠졌다. 그게 뭐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고

뭐 그랬다.

돌이켜도 하릴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끄적거리고 마는 거지. 그리고 그때 당시엔 다음 날 현장에 출근할 자신도 없었다. 파주 안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스튜디오였으니까. 모르겠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연락이 왔었다. 연락 온 기준 당장 내일이 콜타임이었고 의상 쪽에서도 문자가 왔다. 찐으로 설렜지만 한편으론 어? 싶었다. 회차가 늘어났다는 얘긴 없었는데..

연출부의 실수였던 거였다.


진짜 설렜었는데..


드라마 촬영도 2주가 지났다. 시간 참 빠르지. 


난 준오헤어에서 헤어모델을 꾸준히 했었다.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있었고 부원장이라는 퀄리티도 좋았고. 몇 번 좀 불쾌할 만큼 실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번 염색 또한 준오헤어에서 했었고. 이번엔 다시 염색 건으로 갔었는데, 원가격을 그대로 받았다. 그런데 사진은 사진대로 찍고 후기는 후기대로 남기란다. 염색은 심지어 부분부분이 되지도 않았고. 


어렵다. 이해관계를 따질까, 비즈니스를 따질까, 생각이 많았지만 답은 내리질 못하겠다. 이젠 그냥 다른 미용실에서 내 돈 주고 머리를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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