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Oct 08. 2023

쿼카? 쿼카..!

그냥 일기

교수님 쿼카 닮았어요..!

..?

웃는 쿼가 모르세요?!

?


교수의 표정은 정말 물음표 같았다. 수강생인 학생이 교수인 자신에게 쿼카를 닮았다고 사진을 보여주는 건 자신에게도 흔치 않는 일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휴대폰을 들이밀며 쿼카 사진을 보여주는 학생은 연신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선 아무런 유해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거 같다.


교수는 시선을 돌리고 싶었던 거 같다. 다른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쿼카를 닮았냐고 물었다. 그렇게 한 명씩 묻다 그 질문은 나에게 돌아왔다.


교수와 학생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고민했다. 솔직히 쿼카를 닮았다고 말하는 학생이 취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웃는 모습이 귀여우신 건 맞지만 쿼카라니, 내가 아는 그 쿼카..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아마도 작년이 맞을 거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1년은 안 지났어도 반 년은 넘게 지난 걸 텐데. 반 년이 넘게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내 기억이 정확하진 않을 거다. 분위기는 즐거웠던 거 같고. 코로나로 근 2년을 못 하던 회식을 즐겼던 만큼 프리한 분위기였던 거 같다.


올해는 코로나가 생각이 나질 않을 만큼 평화로워진 느낌이다. 거리엔 축제를 하고 대학에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마스크 풀린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말이다. 미칠 듯이 더웠던 여름도 어느새 쌀쌀한 가을이 왔고 아침 기온은 거의 초겨울을 연상하게 하는 추위인 시기가 왔다. 분명 저번 달까진 반팔을 입었던 거 같은데 말이다. 요즘은 낮에도 덥질 않다. 


노원에서도 축제를 했다. 화랑대역에서 나아가면 철도공원이 있다. 여름엔 맥주축제를 했고 가을엔 청년축제를 했다. 청년축제는 하루 당일이었는데 비가 왔다. 비로 인해 축제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은 탓인지 빗방울은 자꾸만 축제에 참가하려는 숫자를 늘렸다. 우비로도 가려지지 않는 축제의 열기를 생각했지만 추웠다. 그럼에도 무사히 진행된 거 같다. 사실 30분 정도만 구경하고 와서 어떤진 잘 모르겠다.


오늘은 노원역 주변에서 댄싱노원 축제를 한다. 축제게 벌써 세 번째인 노원이라니. 오늘은 윤도현밴드가 온다고 했다. 뭐, 이 얘길 하려는 건 아니고. 청년축제 때 갔다가 쿼가 인형을 받았다. 스트레스볼? 그런 거라고 했다. 스트레스 인형? 그래서 뭐 때리고 뿌셔도 멀쩡해지는 그런 건 줄 알았다. 근데 그런 건 아니었고 향기가 났다. 음, 방향제 같았다. 향은 은은했고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듯한 그런 향이었지만 인위적이었으니까. 난 인위적인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쿼카 인형은 귀여웠다. 쿼카를 어떻게 하지 하다 달력 앞에 세워뒀다. 노트북을 두들기며 달력을 보면 쿼카가 웃고 있다. 9월에도 10월에도 쿼카는 미소를 잃지 않고 유지하며 초록색 잎을 들고 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좋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개들은 어떻게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걸까. 사람도 그게 가능할까? 연인과 헤어져서 며칠을 앓아누우며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였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감정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를 덜 좋아했던 걸까.


쿼카에게 물어도 쿼카는 대답 대신 웃음만 보여줄 뿐이다. 그 미소는 너무 해맑아 무해했다. 내게 무해한 동물은 쿼카와 강아지뿐일 거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뱀은 원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