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May 14. 2024

평화로운 산책 길에

그냥 일기

저녁을 먹고 한 바퀴 산책을 하러 나왔다. 평소처럼 걸었고 평소처럼 집에 돌아가는 그런 평범한 산책 길이었다. 길을 걷는 중 맞은 편에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남자 셋이었은지 남자 둘에 여자 하나였는진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남자 둘은 확실히 기억한다. 나는 뒷짐을 지고 걷고 있었고 세 명은 나를 보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아는 사람으로 생각했거나. 뭐가 됐든 별 문제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나는 최대한 그들을 의식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명이 뒷짐을 지면서 내 옆을 지나쳐갔다. 역시나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나를 보던 눈과 나를 의식하면서 뒷짐을 지는 행위, 옆을 지나가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는 느낌까지 모든 게 의심이 됐다.


슬쩍 뒤돌아보자 그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곤 낮게 중얼거렸다. 아닌가.


무슨 소설 같은 전개에 무서움이라는 감정이 솟아났다.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피해야 하겠다는 본능까지 살아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모퉁이를 향해 빠르게 걸었다. 모퉁이를 돌았고 그들이 보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집. 내 옆에는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여학생(고딩인지 중딩인진 모르겠지만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었고)만이 있었고 대로변이라 그런지 안심이 됐다. 그때 뒤에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아까 그 일행 중 남자 둘이었다. 하나는 키가 180 중반은 될 듯했고 덩치도 그에 맞게 컸다. 운동을 하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덩치있는 남자와 하나는 평범한 체격의 남자.


평범한 체격의 남자는 여학생에게 인사했다. 손인사를 하면서 무슨 인사를 건넸다. 뭐 먹으러 가냐는 식의 뉘앙스였는데 기억나질 않았고 여학생은 귀에 꽂은 헤드셋을 뺐다. 여학생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아는 사람인 건가 싶었고


덩치 큰 남자가 내 앞에 다가왔다. 


"한국 사람이세요?"


다짜고짜 내뱉은 말에 당황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곁눈질로 본 여학생과 평범한 남자는 무언가 얘기 중이었는데 저쪽도 초면인 듯했다. 뭐지 이 상황은


"아.. 한국 사람이세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에게 난 똑같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옆에 남자와 여학생도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끝까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가는 그에게 난 고개를 꾸벅일 정도의 작은 움직임도 갖지 못 했다. 그저 신호가 바뀌길 바랐고 이 상황이 낯설었다. 여학생은 평범한 남자와 대화하면서 작게 웃기도 하고 반응이 있었다. 도저히 상황이 이해되질 않았고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을 때야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여학생은 다시 헤드셋을 꼈고 휴대폰을 만지며 보도를 걸었다. 별거 아닌 것마냥


별일이 있었진 않았지만 낯선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2주 정도 전에 서울역에서 한 여학생(으로 보이는)이 돈을 달라고 했다. 부산이 집인데 차표 살 돈이 없다고 했다.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외국인이냐고 내게 물었다.

그때의 상황과 비슷한 일이었을까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그들은 무슨 목적이 있었던 걸까. 진보당은 아닌 거 같고 신천지나 도를 믿습니까 같은 거였을까? 그런 걸 굳이 밤 중에 그것도 인적도 드문 곳에서 그랬을까.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에서 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