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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18. 2024

파아란

그냥 일기


덥다, 덥다 말한다고 덜 더워지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덥다고 말하고 있다. 여름과 덥다는 뗄 수 없는 말일까.


어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잠이 들지 않는 새벽이 아까워서인지 책을 펼쳤다. 오세혁의 보도지침. 책을 읽자 눈이 더 말똥해졌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시간 보내다 잠들었던 거 같다.


카페인이 너무 잘 받는 몸인 걸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평소엔 커피를 정말로 피하는데 어젠 정신이 너무 멍했다. 그래서 한 잔. 그렇게 한 잔이 시작인 거겠지. 아침에 일어나니 이미 하루의 절반이 갔다. 그렇게 일요일은 쉽고 빠르게 지나갈 예정이었고. 계획은 수순대로 흘렀다.


파아란 하늘이 보일 거 같은 날씨다. 사실 밖에 안 나가봤지만 알 것 같은 그런 날씨다. 영화라도 볼까 하고 당근을 찾다 결국 아무것도 보질 않았다. 빅토리가 개봉했던데, 그걸 볼까 하다 아는 배우가 거기에 출연한 걸 인스타에서 보게 됐다. 그러자 보고 싶지 않게 됐다. 나도 참 꼬였지. 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아는 사람이 보여서라면, 얼마나 난 꼬인 놈일까.


사실 그 이유보단 귀찮아서가 더 크다. ott를 이용하지도 않고. 그냥 안 보고 지내니까 편하다. 


나는 학생들 작품을 주로 찍는다. 뭐라도 찍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인데.. 사실 어느 순간부턴 모르겠다. 정말 무례한 학생들도 있고.. 다양한 탓인지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돈이 없는 건 피차일반인데 누가 누굴 이해하란  말일까.


뭐 내가 할 소리는 아니긴 한데.. 그것보다 더 슬픈 건 이런 거다.

조연으로 캐스팅한다면서 배역명도 없는 엑스트라일 때.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왜 말이 바뀌지. 다른 사람과 착각했나. 무엇보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지. 이걸 할 이유가 있나. 해서 나에게 얻는 건?


최근엔 유명 래퍼의 컨텐츠에 지원했었다. 컨텐츠를 기획 중인 단계로 아직 정확한 기획안은 없던 거였다. 뭐 자세하게 얘기하기도 뭐하고.. 그냥 안 하기로 했다. 


어젠 홍대에 갔다. 무척이나 많은 인파. 토요일인 게 실감나는 주말 밤이었다. 정말 너무 많은 인파 사이에서 가진 기를 다 뺏긴 느낌이었다. 난 역시 사람 많은 건 싫다.


이런 내가 행사 알바를 하고 있다니 이것도 모순이지. 성향이 E거나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고 기 뺏기는 스타일인데 뭔.. 최근에 엄태구 배우의 유퀴즈 장면을 숏츠로 봤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분이구나. 연기할 때는 돌변하고.  남들이 볼 때 나도 저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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