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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해도 조별과제를 한다고?!

그냥 일기

by 수호


나이 26살. 한 달 뒤면 27살. 만 나이는 25살. 대학 졸업한지 약 4개월이 지났고 나는 현재 조별과제를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어떤 중소기업의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가 공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국민취업수당과 겹치면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제작이다. 뭐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각 파트 별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배우, 스태프, 시나리오 작가. 여기서 또 세부화 되어서 스태프는 기획, 연출, 기술 쪽으로 나눠진 듯했다. 그렇게 각 파트 별로 한 명씩 차출되어 조가 만들어졌다. 내가 위치한 조는 8조.


평균 나이 약 28세인 우리 조원들. 92년생부터 00년생까지 위치한다.

조별 과제 진행 1주일이 지났지만 놀랍게도 우린 아무것도 세부화된 게 없다.


대학교 때가 떠오른다. 그땐 조별이 왜 이렇게 많나 싶었다. 교수자는 항상 얘기했다. 조별과제는 사회생활을 알아보는 효과도 있다고. 교수자는 어떤 사화생활을 겪었을지 궁금했었다.


1학년 때의 난 스무살 특유의 객기를 가지고 있었다. 조별 과제에 참여하지 않는 조원의 이름을 과감하게 뺐다. 조원이 나 포함 4명인데 두 명의 이름을 빼기도 하고 그랬다. 2명이서 한 조별과제나 4명이서 진행하는 조별이나 비슷하다고 느꼈으니까. 난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적까지 만들곤 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행위가 정의라고 믿었던 걸까.


놀랍게도 나이가 찰수록 난 조별과제에 참여하기가 싫어졌다. 학년이 오를수록 비례하는 참여도에 스스로도 놀랐다. 가장 조별과제에 열심히 참여한 건 새내기 때였다. 그 후로는 조용히 묻어갔다. 묻혀가고 조용히 버스 뒷좌석에 승차했다. 안전벨트는 그래도 꼭 했던 것 같다. 중간에 벨을 누른다든가 하차를 하진 않으려고 했고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내렸던 것 같다. 학년이 오르자 후배들의 버스에 자주 올랐고


스물 여섯에 다시 조별 과제를 진행하자 막막했다. 이 분들은 제대로 만들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생업이 있고 현업이 있다지만 프로그램 참여를 누가 멱살 잡고 협박했는가. 바쁘면 듣질 말아야지.


여전히 내 성격은 모난 부분이 많았고


나는 약았다. 그래서 나도 버스가 타고 싶다. 조용히 버스 타고 싶은데 운전석에 아무도 앉질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팀장마저도. 다 같이 버스 승객 자리에 앉은 채 운전석에 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마피아 게임을 진행하는 걸까. 누가 우리 중에 팀장이 될 것인가, 기다리는 느낌.

아 이번 주는 신춘문예가 끝나는 시즌이다. 사실상 이번 주가 지나면 다음 주에 강원일보로 끝으로 신춘문예는 내년을 기약하게 된다. 물론 광남일보 등의 신문사가 3주 차에도 있긴 하지만 메이저 신문사는 이번 주에 대부분 끝이 난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어선 유일하게 머리가 아픈 시기다. 올해도 등단하지 못 하면 난 뭘까 싶으니까. 뭐랄까, 나에겐 하나의 시험이니까. 문제는 그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거다. 하나도 쓰지 않은 내 자신이 원망스러운데 시험이 다음 주라는 사실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스스로 초래한 결과니까.

아마 조별과제도 그렇겠지. 준비하지 않은 채 우리는 데드라인을 맞이할 테고


발등에 불이 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그러면 우리는 부랴부랴 결과물을 만들겠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최대한 포장할 테고. 아무도 안쪽까지 열어보지 못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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