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첫 주말이 지나기도 했다. 이제 1월이 시작되었다는 설렘은 없다. 뭐 그전부터 없긴 했다. 촬영이 없어서 단편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난 미쳤다.
진짜 사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 심지어 내 돈 쓰면서 일하고 있다. 학자금에, 전세금 금리에 넘쳐나는 것들 투성이인데 말이다. 그래서 주택 청약도 깼고 이번 대학원 등록금 마련을 위해 모아둔 주식도 탈탈 털어야 한다. 탈탈 터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자꾸만 손이 떨린다. 이게 맞나? 생각이 들면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밤 산책을 했다. 밤에 나가는 산책은 한적해서 좋다. 그런데 이웃 어르신께서 붙잡으셨다. 이번에 산 산타페 신형이 7천 짜리라고 자랑을 하셨다. 그렇게 10분간 그 애기를 듣고 있으니
오죽하면 나한테 이런 자랑을 하실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7천이나 한다는 산타페 신형은 정말로 비싸 보였다. 뒤에 있는 폭스바겐은 6천 5백 짜리라고. 자기 차가 외제차보다 더 비싸다고 했다. 그렇구나. 사실 뒤에 차가 폭스바겐이라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차에 대해서 잘 모른다. 산타페라고 말해서 산타페라고 알게 됐다. 할아버지의 신 차 자랑은 끝나지 않았다. 주차장에 어떤 산타페가 하나 더 있었는데 저 차는 휘발유로 3천 5백짜리라고 했다. 자기 차는 풀옵션의 7천. 7천, 너무나 강조해서 외웠다.
네비가 창문에 뜬다고 했다. 그게 가능하구나, 신기했다.
어쨌든 눈이 많이 온 어제이지만 생각보다 춥진 않았다.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할 게 못 된다는 걸 실감했다. 프리-프로덕션을 진행 중인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흘러가질 않는다. 이번엔 처음이 아니니까 좀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마음 같아선 엎고 싶었다. 아이, 안해.
내 돈 아까워.
아니야, 그래도 시간 2주만 더 주면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하다보니 촬영 2주가 남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냥 뭐랄까.. 다 넘기고 싶다. 조감독 없나. 조연출 없나. 그러고 있는데 진짜 없었다. 어?
내가 스태프를 잘못 구성했나?
어어? 일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남한테 잘 안 넘기려는 스타일이다. 뭐랄까, 그냥 내가 하는 게 편한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사실 나는 알바를 해도 고생하는 타입이다.
앗, 이걸 하면서 단편영화 제작 과정 영상을 몇 개를 찾아봤다. 분담, 분담, 분담?
아 근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맞나?
이런 생각들이 겹치자 진짜 모르겠어졌다. 뭐, 요즘은 매일 단편영화 생각 뿐이다. 자고 일어나서도 마찬가지고. 알바 교육을 들으러 왔는데 머리가 아플 뿐이다. 이걸 하면서 주 3일은 알바해야 하네?
최소 3일은 나와야 된다고 했다. 스케줄 근무가 마음에 들어 신청한 알바였지만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여긴 신기한 조건을 건다. 시급 12000원 혹은 성과제.
그런데 성과제로 수당 받는 사람이 99프로고 1프로는 시급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 1프로의 해당하는 사람은 신입이라고 한다. 어랏, 난 알반데.
회사가 굉장히 꼬롬했다. 이상했다. 근데 이상한 점을 못 찾았었다. 그래서 내가 꼬였나? 이 생각을 수십 번도 했다. 왜지? 이 괴리감. 이 지울 수 없는 괴리감을 안은 채 첫 교육이 끝났다. 교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부터 일단 너무 수상하고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일해보기 전까진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놀랍게도 나는 이런 글을 알바 장소에서 쓰고 있다.
이제 연습실로 넘어가야지.
배우들이랑 같이 놀아야지.
노는 거 맞나..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