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이 더 부는 듯하다. 부는 바람 탓인지 더 추운 듯하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보문으로 갔다. 미팅이 있어서다. 워크샵 미팅이기에 뭐, 큰 기대도 뭐도 없었다.
성북천을 끼고 걸었다. 매서운 날씨에도 걸어다니는 많은 분들이 보였다. 물 위론 오리 두 마리가 보였다. 오리는 추위를 느끼지 않는 듯했고.
미팅이 끝나곤 도서관에 왔다. 아늑한 건 아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하다. 도서관, 익숙하지. 책 대출은 최대한 참고 있다. 몰아서 한번에 하는 편이다. 사서 분이랑 인사를 나누는 건 꽤나 애매한 일이다. 비번만 안 기억했어도 무인 대출을 이용할 텐데.
그래도 도서관 열람실엔 사서가 오질 않는다. 그래서 조용히 노트북을 두들기다 간다.
아는 형이 인스타에 피드를 올렸다. 바이럴 광고 같아 보였다. 그곳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다.
익숙한 얼굴, 태그를 보자 아는 분이 맞았다. 아는 분.
최근엔 <스터디그룹>을 보는 중이다. 피한울의 얼굴이 너무 낯이 익었다. 차우민 배우라..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네이버에 차우민을 검색했다. 나무위키를 들어가자 나오는 필모. 용감한 시민이 보였다. 아, 그때 그 분이구나.
<에세이라니> 378페이지를 보면 내가 그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그 부분을 인용하자면(?)
《용감한 시민》에서 일진에게 농구공을 맞은 적이 있다. 농구공을 던진 일진 역할 배우는 내게 나이를
물었고 학생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어렸지만 배려심은 나보다 큰 사람 같아 보였다.
그때 그 농구공을 던진 일진 역이 차우민 배우였다. 근데 이거 언급해도 되나..
사실 영화에선 편집 되었기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냥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상황이고
근데 되게 놀라웠던 점은 심성이 착했다는 거다. 일진 역에 맞지 않게 자꾸만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하긴, 나라도 때리는 쪽이면 미안해할 것 같긴 했는데
뭐, <스터디그룹>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미묘했다. 나는 언제 저렇게 높게 올라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은 사실 도움은 안 된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받기도 했다. 미팅에서 난 왜 위로를 듣고 오는진 모르겠다. 한예종 전문사인 그는 뭔가 강인해 보였다.
나는 정말 실시간으로 사람이 변한다(?)
단편영화 찍을 땐, 정말 모든 기운을 다 쏟았다. 연출이 현장의 분위기를 좌우한단 생각 때문인지 자꾸만 텐션을 올렸다. 알바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은 그만뒀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야 했기에 자꾸만 텐션을 높여야 했다.
최근엔 도서관, 자취방 두 곳만 오가는 탓인지 다시 수축되고 있다.
내일은 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오랜만이기도 하고 뭔가, 옛날 생각이 난다. 처음 프로필 찍었을 때는 정말 신기하고.. 사진은 엉망이고.. 하핳
사랑니가 났다. 났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진 않을 거다. 표면을 드러냈다? 이런 게 정확하긴 할 거다. 어떻게 할까. 빼긴 해야할 텐데 귀찮다. 영원히 숨어있을 것만 같은 매복니였는데 갑자기 왜 나온 걸까. 심지어 수평으로. 이빨은 수직이어야 하는데, 주인을 닮았는지 자꾸만 틀에 박힌 걸 깨려고 한다. 이런 건 좀 틀에 맞춰서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