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어젯 밤 18시에 치과 병원에 예약했다. 사랑니 발치가 목적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아픈 발치 부위다. 피 맛도 좀 나고. 아침엔 뭘 먹어야할지 몰라서 삶은 계란을 두 개 뿌신 다음 먹었다. 그걸론 배가 부족해 바나나 하나도 먹었다.
이젠 브런치에 일기를 쓰면 좋아요가 10개는 받는다. 10개가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하나의 지표가 됐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일방문 숫자에 은근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오늘은 크게 할 건 없다. 학원에 들러서 문제집 받아가는 것 정도.
사실 사랑니 발치보단 불편함이 싫다. 마취 아프고 뭐 그거야 당연한 거지만, 발치 후 이 불편함.
사실 마취도 문제였다. 주사를 두 방 맞았는데 입천장에 넣은 하나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마취주사를 넣자마자 입천장이 마비되는 느낌인데 앞니가 순식간에 마취되었다. 그리고 마취 주사를 넣은 부분 빼곤 마취되는 기분이라 입천장에 구멍이 난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발치는 뭐 진짜 순식간이었다. 후기에서 화타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사실이었다. 진짜 1분도 안 걸린 것 같다. 사실 째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체감은 그냥 힘으로 뽑았다. 그게 좀 당황스러웠다. 하악에 위치한 사랑니 뽑을 땐 잘게 뿌서져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드릴?로 뭐 뿌섰다고 했나 뭐라나.
이번엔 형체 그대로 나와서 당황스러웠고.
피가 확실히 많이 났다.
거즈를 교체하고 또 물기도 했다.
돌아가는 길엔 러시아워에 걸렸다. 지하철에 거의 몸을 싣고 갔다. 사람들 틈에서 몸을 맡기면 생각보다 편하다. 약간 포기하면 편해진다.
출퇴근 길엔 차가 정말 많이 막힌다. 집 도착하니 8시가 넘었던 것 같다. 약 20시 30분이었나. 병원에선 분명 18:30 정도엔 끝난 것 같았는데 말이다.
병원에선 유의사항이라며 여러 안내를 해줬다. 그 중 하나가 천공이었다. 듣기만 해도 무서웠지만 지금은 사실 별 생각 없다. 단지 코 풀지 말라와 기침 크게 하지 말라가 너무 어렵다. 아침에도 세수하다 본능적으로 코를 풀었다. 세수의 마지막엔 코 푸는 게 습관인 탓일까.
더 무서운 건 벌써 2월 14일이라는 거다. 뭘 했다고 2월 중순이지. 아직 책도 다 못 읽었다. 호기롭게 프루스트의 책을 빌렸지만 <질투의 끝>이라는 한 권만 읽었다. 얇은 단편집으로 내용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없어서 대신 빌린 건데 솔직히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다.
어젠 진짜 집에 돌아와서 씻고 조용히 바로 누운 것 같다. 9시에 거의 취침 모드를 들어갔고 10시 전엔 잔 것 같다. 책도 솔직히 재미 없어서 바로 잤고.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남자의 이상형은 새로운 여자라고. 난 그 말에 대해서 별 생각 없었다. 싫지도 좋지도 그냥 관심 밖의 얘기였으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아졌다. 여전히 사람은 모르겠고 세상은 어려운데 나는 어리숙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