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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중간고사

그냥 일기

by 수호


슬기로운 생활을 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중간고사가 시즌이 왔다. 중간 시험과 함께 봄도 찾아왔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여름도 이제 엄습하는 것 같고.


학원은 평화롭다. 저번 주엔 중1 학생이 울고 불고 그랬는데. 오늘도 누가 울었다니 뭐라니 하는 얘기가 들렸다. 평화로운 게 맞나 다시 생각해보는데 그래도 싸운 게 아닌 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어제 펌을 했다. 요즘은 펌에 커트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돈이 많이 깨졌다. 이젠 진짜 무서워서 미용실은 못 갈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리도 했지만 대학원에선 그 누구도 머리를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여기엔 친하지 않다는 점도 포함될 거다. 사실 스스로 머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무도 언급을 하지 않자 뭔가 덤덤해졌다. 그렇게 학원을 갔는데


중2까진 반응이 덤덤했다. 쌤, 머리 바꼈네요. 저랑 비슷하네요 등등. 조용했다. 중1이 시끄러웠다. 정말로. 쌤, 머리 우와. 뭐에요. 소개팅 가요? 끝나고 어디 가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듣다 보니까 내가 평소에 거지처럼 입고 다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반응이 여긴 왜 이렇게 핫하지? 사실 얘내들한텐 내가 어떻게 꾸미든 반응을 해줄 것 같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사실 남자 아이들이 잘 생겼다고 말하는 건 별 반응 없는데 여자 아이가 해주면 뭔가 나름 뿌듯해진다(?) 아이돌과 도파민으로 절여진 이 친구들한테 괜찮게 보인다면 외모는 나쁘지 않나 보구나.


뭐, 그런 반응도 사실 잠깐일 거라 생각했지만 몇몇 학생들한텐 오래 갔다. 오늘은 자습을 하라고 했지만 간과했다. 자습이 뭔지 모를 수 있겠구나.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생도 있고 당장 내일인 학생도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수업은 조용했다.


사실 대학교에선 동기도 두 명 마주쳤는데 아무도 머리 얘길 하질 않았다. 뭐, 그냥 그랬다고.

목요일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네고왕을 보면서 앱태크를 하는 게 하나의 루틴이었다. 그런데 알고리즘에 네고왕이 뜨질 않았다. 검색하자 솔가였다. 뭐지 싶어서 영상을 봤고 재밌었다. 그런데 댓글 반응이 안 좋았다. 이번 주는 지갑 안 열어도 되겠네요^^


그 댓글은 좋아요가 많았다. 나는 좀 줏대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사질 않았다. 사실 대학원 강의 때도 그랬다. 내 뒤에 어떤 고학력자 분이 얘길하자 나도 모르게 수긍하게 됐다. 나는 왜 소위 배운 사람에겐 더 그런 걸 강하게 느끼는 걸까. 뭔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실 그런 느낌도 든다. 저렇게 공부한 사람이 저렇게 말하는 거보면 맞지 않을까.


내 룸메는 이런 얘길한 적 있다. 교수도 자기 분야에서 교수지 다른 분야는 우리처럼 잘 모르지 않을까. 사실 그 의견에 뭔가 동감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았다.


학원에선, 특히 중1 학생들을 관찰하면 재밌다. 덩치는 크지만 착한 남자 애가 있다. 남자 애들 특징상 서로 치고 받는 장난도 많이 칠 텐데 그 친구는 그러질 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맞는 편이다. 사실 덩치가 있어서 힘이 중1 아이들 중에선 제일 셀 텐데 말이다. 쌍둥이 친구들은 정말 활발하다. 약간 강아지 두 마리를 풀어둔 느낌도 든다. 헤어도 곱슬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 친구들은 활발한 만큼 몸으로 장난도 많이 치는데 여자 아이들과 종종 부딪힐 때도 있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은 별로 반응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나라면 짜증날 법도 할 텐데.


중2 학생 중에도 착한 여자 아이가 있다. 중2인데도 어른스럽다. 굳이 굳이 표현하자면 엄마 같은 스타일이랄까. 주변 아이들을 챙길 줄 안다. 그게 난 너무 신기하다. 본인 이익이 우선될 나이 아닌가 싶은데.


그리고 이 아이들은 우정이 남다르다. K-우정이라는 말을 SNS에서 본 적 있다. 성별만 바꾸만 이게 찐 사랑 아니겠냐고. 사실 우정과 사랑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건 너무 편협한 말 아닐까 싶지만, 그런 걸 논하는 게 아니다. 중2 여학생 둘은 꼭 붙어 다니는데 어느 정도냐면


죽마고우 같은 사자성어를 말할 때였다. 그 사자성의 뜻을 추론하는 거였는데 그 여학생들은 서로의 이름을 썼다. 서로의 시험지를 본 것도 아니었을 텐데 신기했다.


그 친구 둘도 보면 강아지 같다. 사실 처음 봤을 땐 수업 때마다 자고 휴대폰 만졌었는데 요즘은 그냥 댕댕이 같다. 물론 사실 수업 들을 때도 개 같긴 한다.


평화롭다. 너무나. 슬기롭게 잘 보내는진 모르겠지만 문제는 없다.

오늘 학원에선 여러 질문이 오갔다.


쌤, 어디 갔다왔어요?

학교 갔다 왔어요.

쌤, 끝나고 어디 가요?

아니요.

쌤, 학교에 짝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아니요.

쌤, 저희한테 잘 보일려고 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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