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시간은 정말 빠르다. 뭘 했다고 벌써 5월의 마지막 주일까. 밀린 일들을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사실 아직 덜 끝났다. 대학원 과제는 학부 때와 달랐다. 기약이 보이지 않는달까.
엄마가 훗카이도를 가고 싶다고 했다. 어디서 <러브레터>라도 본 것일까. 삿포로라. 비행기 표를 찾아보자 가격이 무서웠다. 오사카나 후쿠오카는 귀여워 보이는 가격이었다. 사실 가는 건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다 다른 지역에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서울, 부모님은 안동, 형은 울산. 다른 형은 충주.
어느 공항으로 가는가도 사실 문제다. 가격은 인천공항이 제일 싼 것 같은데
뭔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여행 가고 싶단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오고 싶다는 그런 느낌. 천안에 일정이 있었을 때 일부러 숙박을 했다. 노트북도 안 챙겨갔다. 뭐, 물론 거기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맞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 그 지겨운 책도 12권이 됐다. 이제 두 권만을 남겨뒀지만 사실 그 동안 제대로 읽질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드랍할 걸. 대학원 수업도 드랍이 되는데. 난 왜 무리했던 걸까. 무리? 억지인가. 중간고사 후에도 드랍 기간이 있다. 그때라도 했어야 했다. 절반이나 왔는데, 그런 생각은 안일했다.
비대면 연기영상을 어제 접수했다. 영상을 찍고 나자 아쉬웠다. 아, 이게 아닌데. 그런 생각 사이에서 제출까지 마치자 아쉬움을 떨쳐내진 못했다. 그래도 접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2차 불러주면 감사한 거고
아니면 뭐, 슬픈 거고.
아는 형이 어제 연락 왔었다. 같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형이었다. 다음 날 촬영과 다른 오디션까지 잡혀 있어 머리가 아파 보였다. 그 머리 아픔 탓일까, 전화를 한 시간 가량했다. 끝내 들어보니 어제 비대면 오디션은 접수하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나 또한 부족함이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수한 것이었다. 접수라도 안 하면 후회가 될 테니. 하지만 이런 얘기는 꺼낼 수 없었다. 부족한 상태임을 자각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아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같은 영화에 캐스팅된 적 있었다. 그때 그 작품은 현재 영화로 나와 인기도 꽤나 끌었다. 근데 문제는 금액이었다. 5만원. 흠. 그 형의 말로는 그 작품 캐스팅비가 50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간에서 얼마를 갖고 간 것일까.
뭐, 사실성이나 증거는 없다. 그냥 그런 소문을 들었을 수도 진짜일 수도 있지만. 그냥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유명 배우의 경우 억을 넘는 출연료를 받기도 하는데 단역은 그렇지 않으니까. 먹고 살 정도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도 너무 상대적인 기준이지만.
사실 자본주의의 근간을 따른다면 문제가 전혀 없는 구조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옳기만 하진 않다.
이번 대선 토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말 잘하는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별개다. 논리적으로 말을 펼치는 것과 경제를 잘 살리는 것도 별개다. 그렇지만 말을 하고 귀담아 듣는 자세에서 우리는 인성을 볼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대선 후보자들의 인성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고 느껴졌다. 품격있는 토론을 누가 원할까, 그냥 자신의 입장을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반박을 그냥 지식인의 수준에서 보여주기만을 바랐는데.
선거가 다가오지만 아무 기대가 되질 않는다. 여전히 이념에 정신 팔린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다. 이념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념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흑백이라는 이분법 말고 다른 시각을 기대하게 되지 않는다. 세상을 좌와 우로만 보는 건 그것대로 문제 아닐까.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생에만 집중해도 힘든 우리들에게,
그냥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 글을 보는 모두라도 행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