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진짜 금주는 헬이었다. 의미 그대로다. 사실 아직 진행 중인데 사람은 역시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누군가 내 정신을 개조시켜줬으면 좋겠다.
16-17일은 인덕대 학생들과 촬영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15일에 받았다. 대사를 외우기에 촉박했다. 18일인 오늘 저녁엔 나사렛 대학교 학생과 촬영이 있다. 저번 촬영을 인연으로 이번에도 함께 찍기로 했다. 약속한 것도 꽤나 됐다. 19일엔 오디션이 있다. 사실 얘가 가장 큰 문제다. 쪽대본을 외우지도 못하면 쪽팔릴 것 같았다. 문제는 촬영이 있다는 거였다. 외울 대사가 너무 많았다.
17일 오전 9시까진 기말 과제 제출이었다. 소논문을 제출해야 하는데 역부족했다. 그렇게 오늘 새벽에 제출했다. 물론 17일은 화요일이기에 학원 알바도 갔었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다. 새벽에도 쓰고 아침 일찍에도 쓰고 했지만 소논문은 벼락치기가 불가능했다. 이건 부지런해야 하는 종목이었다. 참고 문헌도 미리 정리해둬야 하고 문장도 봐야 하고.
나는 이렇게 개고생해서 쓰는데 AI는 15분이면 소논문 한 편을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현타가 온다. 아는 형은 내게 그냥 AI 쓰라고 한다. 검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니면 노트북lm을 쓰라고 했다. 쓰면 확실히 편할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이용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다른 학과도 아니고 난 문창과인데. 글 자체를 내가 쓰질 않으면 문창과 학생이 하는 건 뭐지? 인공지능이 쓴 걸 검토하고 검수하는 게 진짜 학문의 영역인가.
머리가 아프다. 1-2주 동안 진짜 엄청 많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 참고 문헌 정리할 때 기대가 됐다. 수두룩하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너무 빈약했다. 많이 읽었다 생각했는데 10여 권밖에 없었다. 아 그냥 체감이었구나.
분다버그를 처음 먹었다. 맛있었다. 카페에 파는 저 비싼 음료는 뭘까 싶었는데 사 먹는 이유가 있었다. 망고 맛을 먹었는데 황홀했다. 어떻게 여는지 몰라서 조금 쏟았다. 가방도 분다버그를 조금 먹은 거다.
키보드가 고장 났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키보드였는데 큰형이 선물해준 거였다. 대만에서 사 온거였나. 그래서 키보드엔 간자체가 기입되어 있다. 하필 16일에 고장 났다. 한창 과제 중인데. 그래서 키보드를 하나 꺼냈다. 친한 형이 선물해준 레오폴드였다. 키보드를 선물해주 그 형은 잘 쓰라고 했다. 자기가 애용하는 거라고. 그래서 궁금했다. 얼마일까. 나 너무 속물인가.
비싼 키보드였다. 그래서 아까워서 쓰질 못했다. 그런데 어제 급하게 뜯어서 썼다. 블루트스로 연결 가능하다니 신세계였다. 약간 피시방에 쓰이는 그런 키보드 같다. 타자를 칠 때 타다닥 소리가 난다. 그런데 전에 쓰던 키보드와 달라서 약간 적응이 안 된다. 특히 방향키까지밖에 없는 작은 키보드라 더 낯설다.
생각하니 레오폴드 키보드 두 대 값이면 내 노트북 하나를 장만할 수 있는 걸 알게 됐다. 이 키보드 3대면 내 휴대폰 하나 중고로 살 수 있다. 완전 중고가 아닌 적당한 걸로.
무신사에선 세일 중이다. 무진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신사는 옷뿐 아닌 모든 걸 판다. 의미 그대로다. 약간 쿠팡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난 무신사에서 마스크팩을 자주 애용한다. 옷은 뭔가 올해 들어 많이 산 것 같아 기피하게 된다. 무료배송이라서 마스크팩 30개짜리 단품으로 사기 좋다. 그렇게 1-2달 쓰고 떨어지면 다시 사고. 그때 쯤이면 쿠폰도 생긴다.
패밀리 세일 정보를 블로그에 가끔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옷을 하나둘 사게 된다. 사실 옷 말곤 살 게 별로 없기도 하다. 그런데 패밀리 세일이란 이름 하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쿠팡이 더 싸다든가 하고 말이다. 블로그 체험단도 하고 이러다 보니 진짜 잡다한 게 집에 많이 쌓이고 있다. 이벤트도 가능하면 참여하는 편이다 보니 많이 쌓인다. 스파오 신상품 고개 참여단? 같은 걸 참여하면 5만원 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스파오에서 5만원치 옷을 사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5만원 딱 맞춰서 사기 힘들다. 쿠폰도 5만원 이상 사야지 적용 가능하고. 그렇게 6만원 정도 맞춰서 옷을 사면 집에 스파오가 쌓인다.
또 품평회에서 준 티셔츠와 반바지도 스파오다. 후리스도 스파오다. 패딩도. 니트도 쿠폰으로 샀는데 이건 잘못 샀다. 세탁하자마자 보폴이 일어났다. 이런 스파.
인덕대에선 테니스 컨셉의 촬영이었다. 테니스 라켓을 처음 만져본 것 같다.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냈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닌 것 같다. 저번 인덕대 촬영 때도 모든 연기를 온전히 해내질 못했다. 이번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컨디션? 집중하지 못한 것? 어젠 너무 더워서?
반성하게 됐다. 주어진 것을 충실히 해내야하는 게 각자의 역할이니까.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의미론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소논문 과제를 새벽까지 작성하고 제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