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어젠 작은 촬영이 있었다. 작다는 표현은 모호하겠지만 진짜 간단하면서 작은 촬영이었다. 휴대폰으로 찍는 그런 뭐랄까..
그래서 더 부담도 없고 그랬다. 신도림에서 저녁에 만나 먼저 밥을 먹었다. 가게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백화점 안에 입점된 곳이었다. 강릉 순두부를 파는 곳이었는데 새우가 하나 올려져 있었다. 입맛이 없던 상태였는데 깔끔해서 좋았다.
전 날 새벽 2시까지 소논문 작성하다 지쳐서 잠들었다. 일어나니까 점심 시간이었다. 12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정신이 멍했다. 빵에다 분다버그를 먹었고.
저녁에 매콤한 순두부찌개가 들어가니 해장되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도림까지 갔다. 석계에서 신도림까지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1호선 라인은 직장인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옷차림부터가 직장인스러웠고 미니멀했다. 어르신들이 많이 타는 구간을 지나면 직장인들이 많이 타는 구간이 나오고 그랬다. 신도림은 그 중 피크였다. 많이 타고 많이 내렸다.
그래도 지하철은 복잡하진 않았다. 만원까진 아니고 앉아서 갈 자리 없고 마음껏 돌아다닐 정도까진 못 되는 그런 혼잡과 보통 사이의 밀집이었다. 나는 좌석 맨 끝에 앉아 있었다. 다리는 긴 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뻗어 있었다. 그냥 딱 평소 같았다. 그런데 앞에 한 여성이 있었다. 손잡이를 잡은 채 휴대폰을 만졌던 것 같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리끼리 닿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다리를 더 당겼다. 의자에 닿을 때까지 최대한. 그런데 또 다리끼리 닿는 게 느껴졌다. 공간도 넓은데 왜 그러는 거지 싶었다. 나는 더 당길 곳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몇 정거장 지나자 다리가 안 닿게 되었다. 그 사람도 인지한 것 같았다.
좀 과하게 가까우면 부담이 된다. 사실 지하철에서 앉아 있으면 옆자리 사람과 몸이 어느 정도 닿게 된다. 다리가 닿는 것도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다. 그냥, 내가 부담되었던 것 같다. 사실 다리가 붙어 있다는 뜻은 서로가 좀 가깝다는 뜻이니까.
신도림점에 내리자 현대백화점이 보였다. 그곳엔 무인양품이 있었고 이번 달까지 세일이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영업 종료를 한다고 했다. 무인양품이 망하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촬영이 끝나고 가려고 했는데 20:30이면 백화점 문이 닫는 거였다. 이번 달 안에 내가 신도림을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 일부로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무인양품 영상을 최근에 본 탓일까 가고 싶어졌다. 직각 양말, 클리너(?), 밀크티(?) 등 생활 용품뿐 아닌 음료도 맛있어 보였다. 옷도 품질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무인양품이 비싸다. 그렇기에 세일할 때를 노려야 한다는 영상이었다.
무신사가 무진장이라는 이름으로 세일하는 지금, 패밀리 세일을 하는 여러 브랜드들이 묻히는 것 같다. 널디, 우알롱, 폴더 등 세일을 진행 중이나 무신사가 정말 크다. 벽이 하나 서 있는 것 같달까. 근데 또 막상 무진장 들어가면 잘 모르겠다. 내가 관심 갖는 건 품절이거나 세일이 별로 안 한다. 세일이 크게 진행 중인 상품들은 뭐랄까.. 유행에 따른 소모품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코오롱스포츠에서 에그라이트 상품을 만들었다. 바람막이인데 야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에겐 좋아 보였다. 부모님에게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바람막이는 19만원이고 방수자켓은 30만원이었다. 무신사에선 방수자켓만 5프로 정도 세일 중이었다.
무신사에서 세일할 때면 사실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건 무탠다드다. 무신사의 브랜드이기도 하고 스파 브랜드 중에서 가성비와 퀄리티 따지면 가장 괜찮은 곳 아닐까 싶었다. 단지 사이즈가 뭔가 다 오버핏 느낌이다. 그래서 살짝 애매하다. 한국 평균 체격이 이렇게 큰가 싶었다. 그에 반해 스파오는 사이즈는 거의 맞았다. 중국 브랜드라서 그런 걸까. 중국인과 한국인은 체격이 비슷한 걸까.
어젠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연기 도움을 받았다. 오디션을 앞둔 상황, 점심을 먹고 오디션을 보러 가야 한다. 오늘만큼은 내가 제일 잘한다는 마인드로 뿌수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