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울며 겨자 먹기라는 속담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비유적으로 쓰이는 속담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학생들에게 빠르게 속담과 사자성어를 주입시키고 있다. 매주 간단하게 쪽지 시험을 보는데 중1 학생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의 뜻을 물었다.
스트레스 풀려고, 라고 답을 적은 쌍둥이 친구가 있었다. 다른 쌍둥이는 맛있어서, 라고 적었다. 둘이 왜 쌍둥이인지 알 것 같았다.
시간이 시나 어느덧 7월이 끝나간다. 날은 저번보다 더 더워져서 35도까지 올라간다. 내 자취방 온도는32.2도를 찍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렇게 습하지 않다는 점이다. 빨래가 바삭바삭하게 잘 마를 정도의 적정한 습기다. 그래서 나도 양산을 하나 준비할까 싶다. 양산만 써도 그렇게 시원하다고 하는데 이제는 살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템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롱패딩도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생존템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사실 그렇게 엄청 추운 겨울이 이젠 오지 않는 듯하지만 롱패딩은 여전히 생존템으로 남아있다. 분명 유행은 2017, 2016 그쯤부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이런 더위가 지속된다면 양산도 분명 생존템이 될지 모른다. 그렇게 아트박스에 들어갔는데 양산이 만 원이 넘는 거였다. 얘가 우산보다 비싼 애였구나.
지드래곤이나 뷔가 양산 쓰고 다니면 남자들도 유행이 될 것 같은데, 이미 지드래곤은 쓰고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은 길가에 양산(혹은 우산)을 쓰고 다니는 남성들이 종종 보인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할 것 같다. 이젠 낮에 돌아다니기 무서울 정도다. 차가운 물을 받은 텀블러가 10분 외출하자 미적지근해졌다. 날씨에 가히 놀랄 뿐이었다.
18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여행을 갔다 왔다. 삿포로에 갔는데 솔직히 시원하진 않았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시원한 건 맞았다. 28도 정도에서 많이 오르면 31도였으니까. 후라노에 가도 사실 시원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한국보다 시원한 건 맞았다. 북쪽에 위치한다고 버라이어티하게 시원하진 않았고 덕분에 들고간 바람막이는 꺼내 입지 않았다.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때문에 쓰는 정도였다.
뭐 어쩌다 보니 반 년에 한 번은 해외 여행을 가는 풍족한 삶을 사는 것 같다. 풍족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지만 상상도 해본 적 없었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은 분명 사치였던 것 같은데
집은 사실 개판이다. 장판은 뜯겨있고 가스레인지엔 불이 안 들어오고. 수리 중인 상태에서 여행까지 껴있어서 수리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
학원은 평화롭다. 방학이라고 결석을 하는 친구들도 셋이나 있었다. 중1인 한 친구는 밤새 게임하다 결석, 중2 두 친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석.
자취방에 에어컨이 없으니 문제가 많다. 아침이 되면 더워서 자동으로 일어나게 된다. 창문을 열어두고 자면 그런대로 잘 수 있는 편인데 문제는 도로가 바로 옆이라 시끄럽다는 것이다. 가끔씩 담배 냄새가 그대로 올라오기도 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많이 본다. 덥고 귀찮고 그래서인지 누워서 유튜브만 보는 것 같다. 종로 야장에 대한 영상이었다. 헌팅 팁이 담겨 있었다. 종로 야장이 헌팅이 쉽다는 영상이었다. 헌팅이라, 그 채널의 다른 영상을 보자 제주 게스트하우스, 혼술바 등의 영상이 많았다. 주로 헌팅, 남녀에 관한 영상이 주였던 것 같다. 댓글 반응도 재밌었다. 몇 개 다른 영상을 보자 뭔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종로 야장?
그런데 같이 갈 친구가 없다. 헌팅 잘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 있을까? 그런 생각은 결국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하는 행동은 고양이랑 놀기 정도가 최선이다. 나비라는 고양이가 있는데 개냥이가 됐다. 배까지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다. 나비랑 놀고 있으면 주민 분들이 종종 지나간다. 아줌마들은 대체로 고양이에게 말을 한 번씩 걸고 가거나 웃는다. 아저씨들은 반반 갈린다. 반은 고양이를 보며 반응하고 반은 무시한다. 학생들은 대체로 모두 고양이에게 반응을 보인다. 동물권 동아리 학생이 댕댕이 산책을 위해서 나오곤 하면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댕댕이는 나비만 바라본다. 나비는 조심스럽게 댕댕이와 안전거리를 형성하는데 댕댕이 주인은 그걸 기가 막히게 눈치챈다. 너 싫대, 가자.
나비랑 그렇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여러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비의 새끼인 고등어는 약 3-4개월 전에 죽었다. 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이었다. 도로에 누워있는 고등어를 차주는 보지 못했고 그대로 밝고 갔다고 한다. 내가 본 고등어 사체는 깨끗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는지 몰랐다. 그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비는 멀리서라도 차 소리가 들리면 바로 일어나곤 한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나비를 보며 한마디 하곤 한다. 지 새끼 어디다 잊어 먹곤.
나비가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만 아주머니의 말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새끼를 낳고 키워본 입장이라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날은 덥고 더워서 지치게 만든다. 도서관에 가면 시원하지만 나가는 게 힘든 날씨다. 어제는 뭘 한 게 아닌데 새벽 2시에 잤다. 12시부터 2시까지 그냥 폰을 만졌다. 나도 모르겠다. 나태해진 건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