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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Oct 13. 2022

수콴 섬*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면 바다에 맞닿는 곳에서 멈춘다 파도는 빛을 머금고 몇 번이나 육지로 올라오려 했고 두어 번 밀려오자 모래가 휩쓸리곤 했다 혈액처럼 파랑은 모래사장을 향해 달려왔고 


내가 너였다면 해수욕장을 피로 물들었을 거야 해안사구까지만 닿게 해주면 멈출게 물살은 철썩였고 사구에 닿으려는 움직임은 발악에 가까워 포세이돈은 널 아들로 여기지 않을 거야 


다가오지 마 아버지를 데려간 건 너잖아 오늘 밤처럼 보름달이 내 눈에 가라앉았고 몰디브의 파도처럼 아버지의 배를 휩쓴 넌 거인이었어 


모래는 떠내려가고 밀물은 자꾸만 뱉어냈다 밤마다 택배를 부치는 너 흰 돌과 조개껍데기 따위를 통해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네가 다가오는 거에 익숙해진 건인지도 모르겠어 


네가 내 발을 간질이고 샌들은 공포를 마주한 듯 젖어 들었다 다가와 아버지를 만나게 해줄게 출렁이는 파도는 생각 같아 손을 뻗었고 아버지의 모습만큼이나 차가웠다 수면 아래까지 비친 달빛 그곳에 숨결이 느껴지고 있었다



*데이비든 밴, 「수콴 섬」, 『자살의 전설』, 아르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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