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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Dec 19. 2022

F처럼

그냥 일기

종강하고 방도 옮겼다. 1인실을 쓰는 탓에 빈 침대가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쩐지 룸메의 빈 자리가 느껴진다. 사실 같이 생활하는 동안 불편한 것도 당연히 많았는데.


교내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심사위원이 궁금했다. 신문에는 '00대학교 강사'라고만 심사위원 밑에 적혀 있었다. 난 그것을 보며 어이 없었다. 검색 결과 비평으로 등단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강사라는 표기와 함께 몇 년도 무슨 부문으로 등단한 걸 명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이를 룸메한테 얘기했지만 얘는 공감하지 못했다. 신문에 그런 걸 왜 적냐. 강사면 박사 과정이거나 땄겠지. 그럼 자격이 있는 거지.


이를 가지고 몇 마디 치고 받았다. 사실 문창과 특성상 강사가 박사나 석사가 아닌 사람도 있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심사위원이라면 당연히 그 자격에 충분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를 학보사의 잘못으로 생각하는데 공대 룸메는 사고가 달랐다. 물론 내가 잘못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굽힐 생각은 없다. 강사가 심사위원 조건인가? 


설령 다른 부문 강사라면? 나는 대구대 마지막 대회에서 수상을 했는데 그때 심사위원(?)은 영문과 교수였다. 물론 영문 문학을 전공했던 분일 수도 있고 (사실 잘 모른다) 대구대 내에는 문창과가 없으니까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소설 부문은 국문과 교수였던 거로 기억한다. 뭐 어쨌든


사실 이 이야기를 반대로하면 내가 수상했던 건 순전히 심사위원 탓인 거다. 권위에 기대기 위해선 그 사람의 유명세 따위가 중요한 게 사실이다. 나 서울신문에서 등단했어라는 말보다, 나 김혜순 선생님이 뽑아주셨어라는 말이 더 위엄 있을 때가 있으니까. 물론 둘 다 쓰면 더욱 살아날 테고


사실 위의 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었다. 내가 수상 못해서 심술이 났던 걸 수도 있고. 이번 년도에 수상을 하나도 못했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그랬나 보다. 


룸메와 나는 사고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공대와 문과. 그리고 그 사고 방식 회로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난 다름을 받아들이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가 배우는 학문은 학문일 뿐이고 이론은 이론일 뿐이고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잘못된 걸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인간의 사고란 얼마나 편협한가. 자기 편한대로 기억하고 미화하고 말이란 건 얼마나 또 모순적이고 그 모순을 우리는 매일 입에서 만들어내지 않는가.


언젠간 내가 배우는 인문학이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은 인문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회식 때 누가 그랬다

F처럼 사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그게 무슨 말일까 계속 생각했다. 옆자리 선배한테도 물어보고. 난 INFP인데도 F처럼 이 말이 뭔지 모르겠다. 인간은 경험에서 비롯된 사고밖에 못하는 걸까. 그래서 F가 아니면 상대를 공감 못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냥 현실적인 게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말에는 꼭 무슨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슨 정답을 바라는 게 아닌 공감을 원하는 말일 때도 있다. 그런 게 F처럼 사과하는 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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