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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Dec 20. 2022

우리는 우리를

그냥 일기

기말 과제로 제출하려고 했던 제목이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 몰라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게 아닐까.

잘 아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더 짙지만

일상에서의 상처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받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는 건 너무나 힘들고 고된 일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살아가는 게 힘든 걸지 모른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의미가 나이가 들수록 체감하듯


오늘은 연기 스터디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연기영상이 필요했었기에 참여했다. 잘은 모르지만 좋은 사람들 같았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다들 연기가 재밌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거겠지. 


요즘은 종이 일기를 안 쓴다. 브런치 탓이다. 

남탓을 잘해야 인생이 편한 법인데

자기합리화를 잘해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데

어쩐지 어려운 것들만 얘기하는 느낌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회복한다는대 그런가. 잘 모르겠다. 만날 땐 확실히 재밌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젠 꽤 익숙해지고 있는데 

여전히 혼자가 편하다. 그렇지만 혼자는 외롭다. 그냥 치킨 같이 뜯어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치킨 같이 먹을 사람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그냥 다 포기하고 눕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된다. 하나라도 일을 더 잡아야 하고 해야 한다. 힘든 내색을 하면 안 된다. 일이 잡히면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내가 각인되게. 가장 힘든 일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일은, 친화력이 바탕이니까. 


내일은 이불 빨래를 할 생각이다. 저녁엔 과외를 하고. 아마 과외생도 할 말 많을 거다. 시험을 치뤘으니까. 이제 고3으로 올라가는 이 친구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고1부터 지금까지, 부족한 선생을 만난 거 같아 미안하다. 이젠 정말로 내 책임이 커질 때라 부담도 된다. 계속 내가 가르키는 게 맞을까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고 말이 꺼내져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아직까지 과외생은 계약과 관련된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잘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정이 그간 많이 들었다. 원래 정 잘 안 주는데. 과외생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그래도 아직 애인데, 그게 너무 안타깝다. 아직은 미성숙해도 될 나인데. 옛날에 나 같아서 더 할 말이 없다. 좋아하는 관심사까지 나를 닮아가는 거 같아 


난 반면교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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