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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02. 2023

오늘과 어제, 새해와 작년 사이

그냥 일기

사실 하루가 지나간 것 뿐인데 새로운 해가 됐다. 작년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먼 과거 같지만 며칠 전이다. 새해라고 달라진 게 있을까. 난 새해를 유의미하게 보냈을까. 새해부터 피시방에 간 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12월 31일엔 유튜브 촬영을 갔었다. 정말 짧은 촬영이었고 평소 유튜브에서 보던 사람들을 보니 신기했다. 그중 한 분은 김(?)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줬다. 먹어보니 김은 아니었다. 그리고 트윅스 초콜릿도 줬다. 


촬영은 홍대였다. 클럽씬이었고 스케치코미디답게 코믹하게 풀어나가는 거였다. 아침부터 지각을 한 탓에 난 위축된 상태였고 편한 마음으로 갔다가 대사가 있어서 부담이 됐다. 한 줄짜리 대사였지만 한 호흡에 하긴 길었다. 그래서 중얼중얼, 연습을 계속 했는데 


실수했다. 실수를 할수록 위축됐다. 자꾸 대사의 순서도 헷갈렸다. 해장국 먹고 첫차타고 가게 생겼네, 를 자꾸 첫차타고 해장국 먹겠네라고 했다. 해장국과 설렁탕도 헷갈렸다. 처음 지문의 대사에선 설렁탕이었는데 어감을 위해 바꿨다. 그런 실수가 계속될수록 위축됐고 평소에도 눈치 많이 보는 성격인 탓에


긴장이 됐는데 나에게 김(?)을 준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분위기를 풀어줬다. 다른 분들도 촬영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다. 예전 여름에 찍었던 유튜브 촬영과는 확실히 달랐다. 근데 여름에 찍은 게 아직 유튜브에 올라오질 않았다. 그 감독과는 겨울에 컨택이 있었는데, 


연이 끝났다. 내가 카톡을 보낼 때 실수했다. '이제야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보냈어야 하는 걸 '수업 끝나고 연락드립니다'로 보냈다. 급하게 보내놓고 까먹었다. 왜 답장이 안 오지 하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알았다. 내가 잘못보냈구나..


딱히 미련은 안 생긴다. 첫 컨택 과정부터 이상했다. 감독의 전화를 받았고 난 굽신굽신 받는 중이었는데, 감독 왈 '뭐든 할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묻는 거 아니겠는가. 난 당연히 '(어떤 배역이든) 무엇이든 시켜만주면 할 수 있습니다' 대답했다. 미팅 날, 이상했다. 스태프를 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난 어이가 없었다. 아무 대답하지 않자 감독이 그랬다. '뭐든 할 수 있다면서요.'


후회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다시 연락을 줄 테고. 찍어도 영상을 올리지 않는 유튜브 채널이 배우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쨌든 유튜브 촬영으로 얻은 건 하나다. 나의 부족함이 너무 보인다. 그날 내내 짜증났다. 홍대에서 덮밥을 먹으면서도 그랬다.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난 거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니, 최소한 이 정도는 했어야 했는데. 긴장이 되니까 호흡이 빨라지고


촬영이 끝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오전에 같은 콜타임의 여배우가 굉장히 밝아보였다. 아침엔 텐션이 낮았던 거 같은데, 역시 퇴근이다. 


새해, 1월 1일엔 과외생과의 과외 날이었다. 고3으로 올라간 과외생,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국어를 가르키는 데 오르지 않는다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고1에 시작해서 고3이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얘를 가르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뭔가 미안하기도 했다. 더 좋은 선생을 만났다면 오르지 않았을까. 물론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과외생은. 마킹을 실수했다나. 안타깝지만 결과만 내가 볼 수 있기에, 또한 결과로 증명하는 게 어른인 거 같아서 슬플 뿐이다.


오늘은 방에만 있었다. 일이 없으니 할 게 없다. 사실 할 건 많은데, 하긴 싫다. 망할 우유부단한 성격 탓이다. 군고구마가 맛있어 보여 샀다. 5천 원에 4개라길래 기대했는데 조그만 거였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먹었는데 맛있었다. 앞으론 여기서 사먹어야지. 편의점 군고구마는 크지만 맛이 없다. 


피부과에 50만 원을 썼다. 새해 내 첫 지출인가. 순식간에 사라진 금액을 보니 손이 떨렸다. 뭔가 억울했다. 피부 좋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여드름 좀 없애겠다고, 이게.. 하. 계속 여드름은 신경 쓰였는데 촬영을 하면서 그 신경이 더해졌다. 피부 화장을 내가 따로 하는 게 아니라서 더 신경 쓰인다. 그래서 그냥 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한 건데. 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뭔가 자꾸 배울 게 늘어간다. 노래 잘하면 좋아, 춤 잘 추면 좋아, 어쨌든 할 줄 아는 게 많을수록 장점이 된다.


새해와 작년 차이는 사실 하루 차인데, 그건 오늘과 어제 정도일 뿐인데, 우린 그걸 알지만 그냥 살아가는 걸지 모른다. 잘못된 걸 보고도 묵시하는 것도 또는 행하는 것도 양심에 자책하지 않는 건 새해와 작년 정도의 차이일 거다.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유도리있는 사람인가와 정직한 사람인 차이지. 뭐가 잘못되고 잘된 거겠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포장하면 할 말은 없지 않은가. 내일은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사실 새해를 기념해 비싼 돈까스를 먹었다. 9500원의 거금을 준 돈까스는 맛있었다. 양이 적은 게 흠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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