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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06. 2023

나는 개똥벌레

그냥 일기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익숙한 동요일 거다. 동요 맞나. 어쨌든. 난 사실 익숙하진 않았다. 포뇨를 만나고 알게된 노래다. 심심하면 저 노래를 불렀던 터로 내 뇌리에도 어느 순간 남았다. 


단편영화 상영회를 하는데 보러 갈 사람이 없다. 연극 티켓이 두 장이어도 말이다. 한 장을 붕 뜨게 만드는 건 아깝고 그렇다고 볼 사람은 없고. 뭔가 학기 중일 때가 더 좋았던 거 같다. 그땐 종강이 마려웠는데 지금은 왜 개강하고 싶지. 개강하면 또 힘들 텐데. 근데 이게 어쩌다보니 4학년이 왔다. 뭐지.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다. 불공평하다. 뭐가 잘못된 거 같다. 뭔진 모르지만 뭐든 말이다. 졸업을 위해 토익을 공부하는 중인데 아직 실천을 안 했다. 난 죽어야 한다. 하루하루 개똥벌레처럼 살아가니 답이 보이지 않는다.


에타에서 누가 담배를 나눠준다고 했다. 담배. 끊은 지 2년이 됐나. 오래됐다. 그런데 촬영 소품으로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가. 흡연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심심했다. 나는 나눔을 받으로 갔다.


수면바지를 입고 귀찮아서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나갔다. 갔더니 왠 여학우가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뭔가 너무 폐인인 모습을 이성에게 보여주는 건 쪽팔리는 일이었다. 사귀던 사람한테도 보인 적 없는 모습을 보인 거 같았고


그는 담배를 피자고 했다. 얼떨결에 같이 피는데 맛 없었다. 그런데 그냥 그 잠깐 얘기 나눈 게 좋았다. 종일 방에 있어서 그런가. 사람과의 대화가 고팠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지만 내 욕심인 걸 알았다. 그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가는 뒷모습은 보지 않았다. 너무 추었으니까.


쪽지를 보낼까 말까 생각하다 지르기로 했지만 역시나 내 욕심이었고


다른 걸 몰라도 멀끔한 모습을 다시 보이고 싶다. 남들은 이해 안 되겠지,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내 자신을 이해 못하는 걸. 망할 INFP. 


손에 남은 담배냄새가 싫었다. 옷에 묻은 냄새도. 아직 반갑이 넘게 남은 담배를 서랍에 놓아뒀다. 딸기 캡슐인데 캡슐은 약했다. 집에 돌아와 양치를 했지만 담배 냄새는 여전히 나는 것 같았다. 잠에 들 때까지 찝찝했다. 금연으로 담배가 역해지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일회성인 만남을 가지면 공허함이 심해진다. 또 성격이 아무나를 원하진 않는다.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럼 INFP인데, 인프피끼린 서로 만나면 안 된다. 고슴도치같은 만남이랄까.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아직 20대 중반인데 벌써 이런 문제라니. 30대가 되면 난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 주우재가 그랬나. 20대는 10개 중에 하나만 맞아도 고, 그런데 30대는 10개 중에 10개가 맞아야 고, 라고.


일주일 동안 알바를 제외하곤 나가질 않았다. 일이 없었던 것도 크다. 겨울인 탓일까. 왜 일이 적어진 느낌이지. 다음 주엔 오디션이랑 일거리가 하나 있어서 다행이다. 월요일에 몰아서 있다는 게 문제지만.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빨리 화, 목, 금, 토도 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방학일 때 일을 하지 못한다는 건 어휴.


동아리를 알아봤다. 소모임 느낌의 그런 동아리를 말이다. 밥팅이라는 곳은 밥을 같이 먹는 동아리였다. 그런데 남자는 돈을 내라고 했다. 보증금 개념이냐고 물었더니 답장이 오질 않는다. 왜 남자는 15,000원을 내야 하는 걸까. 오월이란 곳에도 지원했다. 8명으로 돌아가는 소규모 동아리였고 글을 읽고 쓰는 곳이었다. 까였다. 독서동아리를 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어떤 인연을 바라는 게 아닌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데,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그게 잘못된 걸까.


세상은 장족의 발전을 가졌지만 여전히 편협하다. 성별로 사람을 나누는 건 몇 천 년째 이어지는 관습인 걸까.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기독교적 세계관에 머물러 있는 현세계는 이세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mbti로 8개(맞나?) 성향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도 일의적일 순 없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새벽도 아닌 낮에 이런 일기를 쓰는 건


설의 of us 앨범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해쉬스완 앨범을 통해 설을 알게 됐고 설을 노래는 너무 좋다. 특히 브리티쉬 음악을 할 때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감성적인 노래도 말이다. 그래비티? 방송을 통해 설이 많이 유명해졌고 전국투어를 하기까지 한다고 들었다. 그 인기가 실감났다. 다음 주엔 설을 본다. 유일하게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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