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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11. 2023

INFP라서

그냥 일기

난 소심하다. 인프피의 모든 특징에 걸맞다. 특히 미루는 걸 좋아한다. 토익 시험을 이번 달 28일에 신청했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있다. 진짜 답이 없다. 알면서도 미루게 되는 건 왜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상처 받는다. 쉽게 정을 주고 쉽게 마음을 연다.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말도 맞을지 모른다. 그리고 주는만큼의 사랑이 돌아오지 않으면 속상해한다. 말은 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답이 없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 나쁨, 매우 나쁨, 보통이 나열되는 하루하루. 토요일 비가 오면 좀 괜찮아지겠지. 사실 토익을 미루고 싶은 건 아니다. 요즘 과외생의 정시 준비 때문에 내가 할 공부가 늘어난 탓도 있다. 수능과 모고 분석, 공부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옛날만큼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 걸 절실히 느낀다. 고등학교 때 법정 쌤이 얘기했었다. 술은 늦게 마셔야 한다고. 머리가 나빠진다고.


그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마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 어쨌든. 스무살 때는 뭐가 좋았다고 자꾸 술을 마셨을까. 잘 마시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땐 뭔가 낭만이 있었다. 친구가 좋았고 얘기가 좋았다. 뭔가 자신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5살을 더 먹고 돌이켜봐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젠 부정할 수 없는 20대 중반의 나이다. 곧 사회에 진출할 나이다. 내가 준비된 건 하나도 없지만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런 의문에 종착점은 망상이었다. 그냥 넷플릭스 틀어서 <더글로리>나 보면 될 것을. 사실 재밌다, 재밌다 칭찬만 오가는 드라마여서 1화를 봤고 2화를 보다 껐다. 학폭 장면이 끔찍해서? 수위가 적나라해서? 어떤 이유가 있어선 아니었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거일 수도 있고. 모르겠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12화 정도까진 봤었는데 결말에 하도 말이 많아서 귀찮아졌다. 그전에 봤던 건 우영우였다. 우영우 전에 봤던 드라마는 <도깨비>였던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확실한 건 <도깨비> 후론 꽤 아무것도 보질 않았다. 넷플릭스도 사실 반 년 정도 쓰고 있지만 본 작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뿐이었다. 내가 봐도 돈 아깝긴 하다. 어떤 달엔 하루도 안 들어가곤 했다. 


롤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에타를 뒤적거리면 누군가 만나자는 글을 올릴 때가 있다. 저긴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재밌을까. 처음 만난 사람과의 맥주 한 잔은 어떤 느낌일까. 이젠 대학교에서 화석의 위치에 있어서 그런가, 신기했다. 그냥 모든 게 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그만큼의 노력과 수고가 싫다. 그렇게 정을 줬고 기억을 하게 됐는데 그가 날 떠났을 때가 너무 싫었다. 


어쩌면 일기를 낮에 쓰는 이유는 내 감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이방인>을 읽다 잠이 드는 어제, 악몽을 꿨다. 잠든지 15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그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 바로 불을 켰다. 끔찍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악몽을 꾼 것은 오랜만이었다. 창문을 열었다. 말려둔 빨래 탓인가 싶었다. 그냥, 뭐라도 이유라는 화살을 돌리고 싶었다.


아침 9시에 일어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10시까지 휴대폰을 만지는데 내가 봐도 답이 없다. 난 여전히 어떤 친구의 연락을 기다린다. 부질없는 걸 아는데 그냥 그러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날 장난감으로라도 생각해줬으면 하기도 하는 나쁜 생각도 한다. 사실 어제까지, 아닌가 어쨌든 하루인가 지나자 생각보다 괜찮아졌다. 그만큼 만남이 짧은 관계였다는 걸 부정할 순 없으니까.


자꾸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나열했다. 사실 일기의 본질인데. 인터넷이라는 조건 때문일까, 자기 검열이 들어가는 게 일기에 맞는 건가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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