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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13. 2023

아침 일기

그냥 일기

어젠 카페인 탓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1시 전에 평소에 자는데 3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낮에 카페라떼를 마신 탓일까. 평소에 카페인을 안 먹는 이유는 잠 때문인데, 이젠 진짜 안 마셔야지. 근데 누가 사줄 땐 참 애매하다. 아메리카노를 시키기엔 맛도 없고 카페인도 안 좋아하고 녹차라떼 시키긴 뭔가 눈치 없는 거 같고. 그래서 카페라떼라는 중간 합의점에 돌입했는데.. 이런 끔찍한 결과를 나을 줄이야.


어젠 아침부터 국립극장에 갔다. 장춘동에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 실험 영화를 찍었고 필름 카메라로 찍는 특수한 방식이었다. 한국엔 인화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미국으로 필름을 보낸다고 한다. 찍었는데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필름의 감성은 사랑받는다.


며칠간 생각으로 나를 괴롭했든 그 친구는 포기하게 됐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 친구를 뭐라고 표현할까 하다가 하지 않기로 했다. 표현을 한다는 거 자체가 정을 준 흔적이기에 더는 만들고 싶지도 기록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거 자체가 기록이니 할 말은 없다.


5~6시간 사이 정도 잔 것 같다. 평소엔 푹 잔다. 1시 전에 잠들어서 9시에 일어나는데 그래도 피곤했다. 그렇게 자서 피곤한 건가. 모르겠다. 어제나 오늘은 그보다 좀 줄였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도 부지런하진 않는데 이따가 당근 거래가 있어서 씻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안 좋아한다. 너무 슬픈 일이다. 새벽 감성에나 쓸 법한 말을 아침에 쓰니까 참, 별로다. 많이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하면 멋있는 사람이 될까. 나를 좋아한다고 따라와줬으면 좋겠다. 정말 욕심이지만 말이다.


토요일엔 짧은 촬영이 들어왔다. 일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근데 자세한 설명을 해주질 않는다. 대사만 봤을 땐 간단한 촬영인 거 같은데..


두 명이서 쓰던 기숙사를 혼자 쓰니 넓게 느껴진다. 빈 침대 하나는 옷장이 됐다. 혼자 사는 건 너무나 좋고 편한 일이지만 가끔은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루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 주는 그런 적이 없었지만 저번주엔 그랬다. 그래서 그 친구가 더 좋았던 걸지 모른다. 대화가 가뭄난 나에게 단비처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자꾸 생각난다. 그때 이랬고 저때 저랬고 하는. 특히 애교가 많았던 친구다. 이상할만큼 난 귀여운 사람이 좋다. 그 귀여움은 외적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적인 게 더 큰 듯하다. 


다시 만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이때까지 했던 감정 소모가 생각나서, 남이구나를 느껴서일 거다.


어제 촬영은 국립극장이 아닌 남산에서 하게 됐다. 촬영엔 언제나 변수가 많다. 기존 로테이션에 차질이 생겨 남산으로 이동한 거다. 근데 가까웠다. 그리고 흙바닥에 앉은 탓에 아이보리 색의 바지가 더러워졌다. 바닥에 눕고 구르고 했다. 말하고 나니까 좀 그렇긴 하네. 근데 재밌었다. 정말 개성 있고 끼 많은 4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저번 유튜브 촬영 때 봤던 배우가 있었다. 클럽씬에서 만난 그분은 키가 컸다. 그리고 인상적인 마스크라서 기억한다. 신기했다. 설 촬영 때도 유튜브 촬영 때 만났던 분이 있었는데


판이 좁다. 정말. 봉산탈춤을 특기로 가진 배우가 있고 무용을 하는 사람, 현역 모델이 있고 그랬다. 그들 사이에선 난 어떤 특기를 가진 걸까. 한없이 부족하고 끼도 없고


아침인데도 부정적일 줄이야. 아침 일기는 원래 긍정 일기라고 들었는데 난 긍정과 거리가 먼 가. 멀면 돌아가면 되지 뭐.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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