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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15. 2023

뿐또블루

그냥 일기

신기한 명칭이었다. 무슨 뜻인진 모르겠다. 성수동에 존재하는 갤러리 카페일까. 그곳에서 현장 프로필 접수가 있었다. 어제였다.


어제 12시엔 전세 계약을 마쳤다. 드디어 자취를 하게 됐다. LH와의 길고 긴 절차가 거의 마무리된 거였다. 그러곤 유튜브 숏츠를 위해 고양시에 갔다. 원흥역까지는 생각만큼 멀진 않았다. 고양시엔 처음 방문이었고 어떤 신기한 경험이 생길까 했다.


처음 신기한 것은 개가 목줄 없이 지하철에 타는 거였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따라 개가 탔다. 그러곤 아저씨 따라 바닥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스크린 도어가 열리고 아저씨가 나가자 개가 따라갔다. 크기는 중현견이었다. 똑똑한 친구였다. 지하철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과 스크린 도어가 열릴 때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는 폼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엔 역장이 교체되는 걸 봤다. 그것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촬영은 정말 빨리 끝났다. 15분 찍었나. 이거 찍고 20이라니 너무 놀라웠다. 그런데 제작진 쪽에서 답장이 없다.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연락을 기다려야지. 


원흥역에서 성수로 향했다. 뿐또블루에 프로필 제출을 위해서였다. 간 김에 래퍼들 공연도 보려고 했다. 쇼미에서 재밌게 봤던 토이고와 언오피셜보이의 공연이었다. 그곳에 가자 많은 연예인들이 보였다. 이근 대위, 야전삽, 숀리 등 말이다. 그외에도 내가 모르는 연예인이 많아 보였다. 


토이고를 보고 인사를 했다. 그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어깨를 갖다대는 인사를 해줬다. 인싸의 전유물 같았다. 맥대디한테도 인사했다. 이수린한테도 말이다. 팔로알토와 주비트레인한테도 했다. 나도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는 모르겠다. 팔로알토와 언오피셜보이는 새해 인사를 해줬고 주비트레인은 공연을 재밌게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공연이 시작됐고 난 빠르게 캐디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프로필만 제출해선 어필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인사라도 해서 기억에 각인시켜야 한다.. 그 생각이었다. 그분이 맞는진 모르지만 어쨌든 제작자와 인사했다. 


난 내가 개성있는 마스크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 존재한 사람들을 보자 기가 눌렸다. 나 정도는 개성의 축에도 속하지 못할 존재였다. 화려한 곳이었다. 그리고 뭔가 경품을 많이 줬다. 내 추첨 번호는 75번이었는데 뽑히지 않았다. 73, 74, 77번이 나왔는데 내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난 항상 그랬다. 경품 뽑기엔 이상하리만큼 당첨되질 않는다. 싫다.


요거트는 맛있었다. 파파오가닉인가, 뭐 거기서 대충 장사하는 것 같았다. 약간 치즈와 요거트 사이 같은 맛이었다. 사실 그냥 준 걸 먹은 거라 잘 모르겠다. 어떤 내용물인지.


구석에 앉아 있던 여성 세 명은 래퍼들 공연이 시작되자 맨앞으로 갔다. 그러고 누구보다 신나게 춤을 추며 즐겼다. 래퍼 입장에서도 얼마나 고맙고 신났을까. 


사실 내가 래퍼들한테 인사하고 앨범 잘 듣고 있다고 말한 건, 그 기분을 알아서일지 모르겠다. 사실 안다고 말하기 뭐하지만 말이다. 옛날 시를 썼고 내로라하는 상을 받은 적 있다. 그때 백일장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고맙다고.


시를 읽은 친구가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 그때 그 말이 생각난다. 난 읽어줘서 고마운 건데. 힐링 받았다고 말하는 그 친구의 말이 대학에 가서도 시를 쓰게 해줬는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안 쓰게 됐지만..


그냥 그런 기분 아닐까 싶었다.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앞에 있다면 기분이 나쁠리는 없지 않은가. 그냥 그 정도의 팬심. 그리고 정말로 랩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선 그분들은 아티스트 이전에 고마운 사람들인 게 사실이다. 물론 주비트레인은 잘 모른다. 내 세대가 아닌 것도 있기도 하고.. 


그렇게 어젠 종일 돌아다녔다. 오늘은 오전 과외를 위해 창신에 갔다. 그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사실 토익이 이젠 정말 몇 주 안 남았는데


모르겠다. 모르겠는 것 투성이라 살아가는 걸 테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내 기분도 내가 모르는데 날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봤다. 크리스마스에 찍었던 유튜브 촬영이었다. 이걸 어디에 써먹을 데가 있을까 싶었다. 이런 촬영인줄 알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텐데. 돈은 또 10이었고. 10만 원에 내 이미지를 판 것 같았다. 


점심엔 맘스터치를 갔다. 광고에서 본 비프스테이크? 햄버거를 먹고 싶었다. 앞엔 급식 친구들이 대량으로 있었다. 나갈까 고민했다. 귀찮아서 그냥 거기서 먹었다. 사실 뭐 특별한 건 잘 모르겠다. 햄버거가 맛 없기도 힘든 거기도 하고 반대로 특별하기도 쉽진 않은 것 같다.


손목닥터 9988?을 하고 있다. 손목에 시계가 달리니 꼭 워치 같다. 과외생이 나보고 원래 있던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에어팟밖에 없다고 했다. 근데 이런 워치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진동은 울리는데 뭐 쓸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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