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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16. 2023

1월의 중순에서

그냥 일기

16일이다. 중순이다. 1월의 절반이 갔다. 새해의 시작이 익숙해질 때다. 2022년이 아직도 익숙하지만 사실 2023년이라는 말을 아직 쓴 적이 없다. 그냥 올해는 올해였다. 20대 중반의 나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꼭 나는 이방인 같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라는 존재는 재밌었다. 신춘문예 시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빛은 잘 들어옵니까.

이상하지, 

세입자에게, 수감자에게 묻는 말이 같다니.


사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주인공 (뮈르소인가) 태도는 사뭇 위험해보였다. 꼭 <인간실격>의 요조 같았다.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읽은 것 중 인상 깊은 건 두 주인공의 태도였다. 문제적 인물의 태도 말이다. 엄마가 죽었음에도 슬퍼하지 않는 주인공과 삶의 목표가 자살이자 방탕인 인물.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한량이 꿈이지만 그만큼의 돈이 없으니까. 연기를 하고 싶지만 부모에게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는 예체능의 현실. 노래하는 친한 형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 형은 아버지에게 노래한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위험한 상상이지만, 평생을 죄의식에 갇혀있지 않을까. 자랑스럽지 못한 아들이 된다는 건 잔인한 일이니까. 아들의 성공을 보기 전에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은 어떤 죄책감을 가지게 될까.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 하루 빨리 성공이 마렵다. 누군가 자꾸 간질거리고 있는 것 같고 오줌보를 막아둔 것마냥 답답하다. 성공하고 싶다. 당당해지고 싶다. 작년보다 더 떳떳해지고 싶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는 입장에서 이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거둘 자신이 없다. 난 여전히 사랑 앞에 여리고 세상 앞에서 작은 아이니까.


사람도 사랑도 너무 어렵다. 아웃사이더의 <외톨이>에서 그랬던가. 사람도 사랑도 너무나도 어려워.

그냥 나 좋다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니, 정확힌 사랑보단 성공이 고프다. 외로움이야 해결할 수 있지만 성공은 해법이 없다. 그런 나에게 촬영 하나하나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다. 운이 좋게도 이번 주와 저번주는 폼이 좋다. 미팅과 오디션이 연속으로 잡히는 중이다.


토요일에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했다. 커플 역활이라 솔직히 좀 걱정된다. 요즘 뮤비의 수위는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학원을 같이 다녔던 친구에게 연락해 같이 하는 건데, 일단 너무 좋은 기회고 그 친구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처음 그 친구를 만났을 때 느낀 건, 나와 비슷한 류라는 거였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랬다. 우울증도 숨기지 않았고 무언가 공허함이 뭔지 아는 눈빛을 가졌다. 사실 친하진 않았다. 내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한 탓이다.


수요일엔 면접을 보기로 했다. 미팅도 오디션이라는 말도 아닌 면접이라고 해서 놀랐다. 촬영을 좀 오래 찍나 싶기도 했다. 


어제인가 아래에 썼던 일기에서 유튜브 숏츠를 적었다. 20이 어제 밤에 들어왔다. 바로 계좌로 보내줄 줄은 몰랐다. 나야 좋지. 이제 이 돈으로 또 하루 먹고 하루 사는 건데. 토요일 촬영이 잡혔으니 피부과를 가야지. 인생 갑자기 슬퍼진다. 버는 족족 투자해야 한다. 약간 억울하다. 약간이 아니라 많이. 


요즘 계속 노트북 앞에 있었던 탓인지 거북목이 심해졌다. 저번주 촬영본을 보고 낙담했다. 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할 운명인가. 공부해야 하는데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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