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은 우울감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허구의 글로, 실제 인물 및 사실과는 무관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여기 한 무료한 일상을 살고 있는 여인 하나가 있다.
그녀는 다소 예민하고 불안한 성격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그다지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그것에 너무 지쳐서 평온한 일상 그 자체를 꿈꾸었다.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제철의 채소를 장바구니에 넉넉히 담는 일. 주말에 집 앞 산을 오르거나 빈둥거리며 드라마를 실컷 보는 일. 그런 시간의 여유를 그리워했다.
일상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친 끝에 그녀는 마침내 소중한 나날을 얻어냈다. 그렇게 얼마 간 안락하게 보낸 그녀는. 드디어 다시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삶에 만족이란 없는 그녀는 인생에서 두근거림이 사라진 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물론 그녀에게 늘 그렇듯 약간의 불안은 남아있어 또다시 쓰러지고 마음 한 구석이 바스러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다른 계기가 있었다.
그때의 사건이 N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녀 인생에서 한 번의 성숙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년기로 잠깐 퇴행하며 생겼던 일일 지도 모른다. 혹은 그녀 스스로를 다시 암흑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려고 내면의 불안한 자아가 펼치는 꿈과 같은 시나리오 속의 한 장면으로, 그녀가 자신의 인생 자체를 부정하여 일종의 환상적인 쇼로 순간을 불태워 버리고 싶은 욕망에서 발현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그러든 말든 그녀는 원하던 상으로 인생을 그려가고 있어 당분간은 꿈과 같은 환상의 현실 속에서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에 그녀의 성격은 INFP에서 ENFP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것이 N의 성격이 정말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진짜 자신의 성향을 찾게 된 것인지, 혹은 그녀가 속한 성격 유형의 치명적 결함(?)이라고 할 수도 있는 현실감 결여에서 비롯되어 주변에 나타난 인물 관계도의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중년의 혼란스러운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 N은 스스로를 또 빠뜨리면서, 나는 그녀가 이제 무엇을 위하고 무엇을 향해 가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N에게 주어진 큰 문제라고 한다면, N은 그 끈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뿐이었다.
“미쳤구나, 돌았어. 제정신이니? 멀쩡한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니? 네 가족이 그걸 알고는 있니? 죄책감도 수치심도 없이 뻔뻔하게 그런 짓을 잘도 하고…. 지금 말하는 그건 다 착각이고 네가 하는 말도 다 변명일 뿐이야. 정신 차려!”
N은 나를 비롯한 주변의 지인들에게서 숱한 충고와 핀잔을 듣고, 스스로도 여러 번 자책을 했다.
그러나 N은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고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N이 평생 동안 그토록 갈구했던 것. 그녀를 지탱해 주는 힘이라 믿었던 것. 그녀가 자신을 찾는데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가정이 있는 중년의 그녀에게 왔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유형의 인간이 있다. 여기서 ‘산다’는 것은 단순히 먹고사는 지극히 본능적인 삶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N이 겪고 느낀 일들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고 합리화시키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N이 부정하거나 피하려 노력해도 밀물처럼 어느 순간 쏟아져 내리는 사랑의 감정은 마치 피할 수 없었던 벼락이나 혜성 충돌 같은 것이었다.
혹자는 그런 만에 하나 일어나기도 힘든 자연재해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할지도 모르며, 그 감정은 자연재해와는 다르게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부정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 오늘 내가 이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때에 N이 느낀 감정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N이 그동안 수많은 상담과 병원 치료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자아를 찾고 관계 맺기를 다시 한다는 것이, 그만 엉뚱한 곳으로 튀어 인생 업그레이드에 실패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N은 자신의 행동이 그 어떤 비난이나 도덕적인 잣대로 평가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당시 파도같이 밀려 들어왔던 숨길 수 없었던 마음이 자신의 인생에서 잊히는 일이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떤 방법으로든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의 내재된 우울감에 대해서 온몸으로 말하고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었더라도, 우울에서 벗어나려는 과정 속에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녀는 그것이 착각도 실수도 아니었다고 믿는다.
여전히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하여 쓰면서도, 글의 끝을 완전히 맺지 못한 채 현재 진행형의 상태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