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주택_이은집
등 뒤의 창을 열어 놓았다
다리를 뻗고 누우면
툇마루는 더 깊어질 것이었다
무릎에 튀는 빗방울이라도
내게 말 거는 이장님 잔소리라도
반갑다 세 뼘의 깊이 만으로도
오늘의 툇마루
여름에 공사를 끝내고
가을에 나무를 심었다.
집 짓기가 끝나고 휑한 마당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소박한 정원을 만들었다.
마당을 비워 놓기보다 거실과 침실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물푸레나무와 자작을 심었다.
그 주변으로 돌과 풀을 무심하게 배치했고
건축주의 예산 문제도 있어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았지만
기본자세는 갖춘 듯하다.
옛날부터 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었다.
집에서 불은 우리를 먹이고 온기를 지켜줬다.
그랬던 소중한 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판타지가 되어 가는 불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당의 한켠에 화로를 설치했다.
불이 집에서 살아 있음을
가족의 온기를 지켜주고
사는 재미를 주는 친구가
늘 곁에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집의 뒤편에는 오래된 대추나무가 있었다.
집과 함께 오래 했고 또 오래 함께할 식구 같은 대추나무를
밥을 먹을 때나 차를 마실 때도
늘 함께하면 좋겠다 싶어 주방에 창을 크게 내었다.
새 집을 반겨주는지
대추나무는 올 가을 사과만큼 커다란 대추를 주렁주렁 달았다.
오래된 옛 집을 늘리고 이어 붙인 집의 공사가 비로소 끝이 났다.
건축주는 그 사이 생각나면 술 한잔 하는 술친구가 되었고
그의 텃밭에서 배추며, 무를 쑥 케어다가
김치를 담글 만큼 허물이 없어졌다.
올해 농사는 이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