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눈

by 보통의 건축가

밤눈


밤이 빛을 머금었다

그렇지 않다면

몸을 흔들고 내려앉는 눈이

빛날 까닭은 없다

바람도 숨겨 놓은 듯하다


암전의 무대에서

떨리는 독백이 시작되고

관객은 나 하나

날 것의 연기에 몰입하던 배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나는 고백을 독백하고

밤이 도운 초연은

그렇게 성공적이었다


눈은 밤에 기대어

마르고 부서져 나뒹구는 기억과

구토의 냄새가 짙게 밴 후회를

천천히 덮어 가려주기도 했다


밤의 덕분으로

강은 들이 되고

고양이의 발자국이 반가울 것이고

최초의 순백과 마주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어제의 독백을 쓸어야겠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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