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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Apr 12. 2023

과정으로서의 건축, 리모델링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어렵다.

설계를 하는 우리나 건축주에게도.

기존 건물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일이 전제가 되고 부분적인 철거 과정에서 드러나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디자인은 시간을 이어 붙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런 변수가 정확한 공사금액을 산출해내기 어렵기에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뜻 리모델링을 수행하는 것에 주저했었다.

작년과 올해 경기가 급격히 안좋아지며 신축 설계가 많이 줄었다.

위기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도전을 해볼 귀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건축주에게 텔레파시처럼 전해진 것일까.

제주 모농장의 주택을 리모델링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제주와 양수리의 거리가 리모델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집중과 소통(건축주, 시공사)으로 뚫고 가고 있는 중이다.



워낙 견고하게 서 있던 집이라 외벽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파라펫과 2층의 목구조 부분만 손을 대고 있다.



현재는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

문제는 지금 공사하고 있는 집 옆에 붙은 관리동이다.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겠다는 건축주의 의지로 철거를 시작했는데, 남길 것이 거의 없다.



벽체만 덩그러니 남아 숲이 내려다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을 리모델링이라 할 수 있을까.

남은 최소의 것으로 최대를 구하는 것보단 적정함과 균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프로젝트다.

새벽 네시부터 밤 한시까지 이어진 제주의 출장은 늘 힘겹다. 

그래도 과정으로서의 건축을 해볼 수 있는 이 귀한 기회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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