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의 건축가 May 17. 2023

아들, 너 와의 동행


손가락을 탐하는 깍지는

낚시 바늘 같아서

도망칠 여지를 남길 수가 없어서

직조된 손이 마치 운명 같아서

시선은 자꾸만 손으로 향한다


마주 잡은 손의 약속은

그래서 부질없음이다

헤어질 결심을 잠시 유보하는 것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약속은

물에 떨궈진 핏방울 같아

곧 흐려질 것이다


차라리 어깨에 손을 얹고

네가 보는 곳에 눈을 맞추며

그렇게 말없이 발을 내딛는 것이

유한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기쁘게 슬플 것을 예감한다는 것이

동행의 끝이 아름다울 수 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