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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새벽의 선물

by lee nam

새벽 4시 30분, 온 세상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 집안은 적막하고, 창밖에서는 간간이 바람 소리만이 들려온다. 나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천천히 이불을 걷어낸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 순간은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먼저 깨어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불을 켜지 않은 채 부엌으로 향한다. 뜨거운 물을 끓이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책상 앞에 앉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어둠은 깊지만, 저 멀리에서 희미한 여명의 빛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이 고요함 속에서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커피 한 모금을 머금으며 조용히 명상에 들어간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쌓였던 작은 불안과 염려들이 서서히 잦아든다. 복잡했던 마음이 차츰 평온으로 채워지는 시간. 새벽은 단순히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만나는 순간이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나는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신다. 새소리가 들려오고, 나뭇가지 사이로 퍼지는 햇빛이 방 안으로 스며든다. 그제야 나는 느낀다. 새벽은 단순히 어둠을 걷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새롭게 채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ㅠ이 조용한 시간들이 쌓이며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한낮의 바쁜 일상 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새벽의 평온이 떠오른다. 혼돈 속에서도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고요를 가졌다. 새벽 4시 30분, 그것은 나에게 하루의 시작이자 삶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순간이다.


나는 오늘도 이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하루의 분주함이 시작되기 전, 나를 만나는 이 특별한 시간은 내 삶을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내일 새벽에도 나는 눈을 뜰 것이다. 그 고요한 순간 속에서 다시 나 자신과 삶의 의미를 마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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